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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책과 영화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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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19.)





요즈음 화제라는 영화 '워낭소리'를 봤다. 워낭은 마소의 목에 거는 방울이라는 뜻인데 소와 함께 살아가는 경북 봉화의 촌로 부부를 3년여간 촬영한 논픽션이다.


다큐멘터리 장르의, 그것도 거대자본이 아닌 저예산 독립영화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볼수있다는 것이 기분좋기도 했지만 소수의 마니아층에게 사랑받는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외면하던 자본도 결국 흥행이라는 '돈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현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동식물이나 농사를 짓는 것 등은 직접체험이 아닌 간접체험을 통해 배웠었다. 그런데 강화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어렸을때 체험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게 되었는데 TV에서나 보던 것들을 처음 접해 신기해하는 나를, 어려서부터 생활속에서 모든걸 직접 체험한 비슷한 연배의 강화 토박이들은 내가 그걸 신기해 하는것 자체를 신기하게 생각해 놀림아닌 놀림을 당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주인공 할아버지께서 논을 써는 일이며 모내기, 김매기, 추수 등 기계화된지 오래되어 이젠 자취조차 남아있지 않은 일들을 소와 함께 여전히 전통방식 그대로, 할머니의 타박아닌 타박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고집하는 모습을 통해 물질만능의 세태와 모든 것을 속도전으로 끝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눈물을 흘리며 죽어간 소를 땅에 묻고나서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된 할아버지 뿐 아니라 소가 죽어야 자신의 고생도 끝난다고 한탄하던 할머니 까지 일개 미물이 아닌 영물이요 가족과도 같이 40여년간의 긴 세월을 함께한 소의 죽음 앞에선 슬픔을 금할 수 없었다.


근래에 본 영화중 감히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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