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8.)
이 책은 총 4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1, 2절은 저자가 70년대 후반 대만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밟으면서 쓴 논문 가운데 하나이고 3, 4절은 80년대 후반 쓴 책 것으로, 저작에 10여년의 갭이 존재하는 특이한 책이다. 또한 하권을 출판하고자 했으나 역시나(?) 상권으로 그치고만 미완이기도 하다.
제목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생각할때 노자 텍스트 해설에 대한 기술일 것이라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기실 노자 텍스트에 대한 언급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노자철학을 이해하고 그 해석함에 있어 일반적인 학자들과는 달리 새로운 - 우리가 느끼기엔 새롭지만 저자의 논리대로 따라가면 너무나도 상식적으로 당연한 - 방법론적 접근을 시도한다.
노자 텍스트의 해석은 단순히 텍스트로만 이해할수 없으므로 우선 주해를 연구해야 하고 수백가지 노자 주해 가운데에도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는 천재소년 왕삐(王弼)의 주해를 근간으로 삼고, 쓰마치엔(司馬遷)의 저서 '사기'와 같은 역사서를 통해 한제국 당시의 시대상을 통시적이고도 공시적으로 이해해야만 비로소 노자에 접근해 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나는 도입부에 프롤로그 식으로 쓰여진 '구원량(救願諒)' 부분이 이 책의 압권이라 생각된다. '구원량'이란 말그대로 '(독자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80년대 초반 고려대학에서 4년여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리고 교단을 떠난후 겪은 픽션과도 같은 논픽션을 통해 이 사회와 학계의 교단내에서 벌어진 믿을수 없는 일들이 소개되었다.
사실 도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중 하나로서 도올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겨지는 중대사건인 '양심선언(1986.9.1)'을 통해 교단을 떠나고 학계의 왕따가 되어 고난의 세월을 겪은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데 구원량에는 당시 여러가지 상황과 에피소드 등이 소개되어 그동안 내가 품고있던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도올 관련 여러 저서를 읽어봤지만 양심선언 전후의 내용에 대해 구원량만큼 자세히 기록한 것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그러한 일들이 있었던 공간적 장소가 비록 시간적으로 몇십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내가 직접 경험했던 고려대학이라든가 안동의 병산서원 등 이라는 점에서 저자의 기술이 누구보다도 현실감있고 가깝게 다가와 공감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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