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10.)
얼마전 본 신문에 마라톤과 관련한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가끔 일요일에 TV에서 중계해주는 마라톤 경기를 본적이 있는가. 당신은 그 단순한 볼거리가 지루해 무심코 채널을 돌리겠지만 마라토너는 42.195km를 완주하는 동안 단 한순간도 지루할 수 없다."
물론 나 자신은 마라톤을 뛰어본 적이 없지만 군대에서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지긋지긋하게 했던 4km 구보를 생각하면 뛰는내내 터질듯한 심장에 한순간도 고통이 아닌 순간이 없었기에 그 말에 백번 공감하는 바이다.
매일 반복되는 공부를 하다보면 나보다도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가끔 그게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뭘 그렇게 계속 하냐고.. 그러나 정작 공부하는 나는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에 지루할 틈이 없다.
작심삼일로 끝나버리는 짧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금세 나자빠질지 모르나 어차피 최소 2~3년 이상을 목표로 시작한 것이기에 아직 반환점도 보이지 않는 마당에 벌써 포기하려면 아예 시작을 안했을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유홍준의 <완당평전>에 추사 김정희는 자신의 글씨체를 완성하기까지 칠십 평생에 벼루 열개를 구멍냈고, 붓 일천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는 일화를 읽은적이 있다.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합격자는 공부를 시작하면서 미제 BIC 볼펜(소위 말하는 볼펜똥이 나오지 않고 필기감이 좋아 기술사 준비생들에게는 필수 아이템) 20자루를 사다놓고 쓰다가 12자루정도 쓰고 나서 합격했다는 글도 본적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 볼펜이 비싸기도 하고 심이 너무 두꺼워 사용하지는 않는데 그냥 사무실이나 집에서 돌아다니는 볼펜 이것저것을 시험준비 하면서 한 열자루 이상(정확히 세보지 않아서 확실치는 않다) 쓴 것 같다.
볼펜을 심이 다할때까지 쓰고나서 쓰레기통에 버릴때의 그 희열이라고나 할까? 암튼 그 느낌이 좋아 사용하는 중간중간 심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는게 습관이 되버렸고, 연습장으로 사용하는 이면지(사무실에 넘쳐남)에 공부한 것들을 모았다가 문서파쇄기에 한꺼번에 갈아버릴때 그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것이다.
얼마나 더 많은 볼펜을 다써서 버리고 얼마나 더 많은 이면지를 파쇄시켜야 합격할지 알수는 없지만, 오로지 결승선만을 생각하며 달리는 마라토너처럼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겠다고 오늘하루도 나 자신을 다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