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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나는 왜 산을 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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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수 있는 취미활동이 많습니다. 과거보다도 훨씬 다양하고 세분화된 취미활동이요.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이라는 편의성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든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비슷한 관심사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다음이나 네이버 카페가 대표적이죠.

 

예전부터 산은 가끔 가곤 했는데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산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가족과 함께 한다는 미명하에 오토캠핑을 10년 넘게 했습니다. 가족들 모두 좋아했구요. 그런데 어린시절 캠핑장 가자고 하면 무조건 좋다던 아이가 어느샌가부터 캠핑가자는 말에 점점 심드렁해 집니다.

 

"나도 꼭 가야해?"

 

뭔가 배신감도 느껴지고 화도 나지만 한걸음 뒤로 물러나 생각해보니 어느새 그럴 나이가 되긴 했네요. 저역시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부모님을 따라다니지 않았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학교때까지 일년에 서너번 정도는 '아빠를 위해' 따라와준게 고맙기까지 합니다.

 

'그래, 언제까지 품안의 자식일 수 없으니 미련일랑 두지말고 이제 내 갈길을 가자!'

 

와이파이님은 혼자서라도 캠핑 가려면 가라라고 허락아닌 허락을 해주었지만 솔캠은 뭔가 내키지 않습니다. 장비도 많고 혼자서 다 하긴 엄두도 안나고, 그렇다고 백패킹을 하자니 장비를 사실상 새로 다 사야 하고요.

 

뭔가 새로운 취미를 고민하던 찰라 대세라는 골프가 눈에 들어옵니다. 주변에서 워낙 하는 사람도 많고 권유하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죠.

 

일단 할 줄 알면서 안하는 것과 못해서 못하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에 작년 여름 집근처 연습장에 6개월 짜리 회원권을 끊고 열심히 다닙니다. 3개월 정도 열심히 했는데 주변에서 필드를 나가자고 꼬십니다. 그로나 저는 스스로 '이제 됐다'라는 생각이 들때까지는 아닌것 같아 마다합니다.

 

"아직 똑딱이라서요. 필드 나갈 실력이 못됩니다."

 

게다가 필드 나간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내기입니다. 물론 스크린도 마찬가지구요. 혹자는 내기를 하며 돈을 잃어야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해서 실력이 금방 오른다고 이야기 합니다. 근데 저는 그게 싫더라구요.

 

생각해보니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다 하는 당구도 몇번 따라다니긴 했지만 큰 흥미를 못느꼈고, 대학교때 친구들이 다 하는 스타크래프트도 그다지 잘 하지 못했습니다. 몇십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내가 '(내기가 수반되는) 경쟁을 싫어한다'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골프도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딱 끝냈습니다.

 

마침 몇년전 고생했던 허리 디스크가 재발했습니다. 열심히 걷기 운동을 하며 통증을 완화시켰는데 골프 연습으로 인해 몇달동안 그마저 소홀히 했더니 금세 표시가 나더라구요. 그리고 와이파이님을 꼬셔 등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캠핑처럼 1박을 하지 않으니 안따라오겠다는 아이를 집에 혼자 놔두고 재우지 않아도 되고, 등산으로 다리는 피곤할지언정 허리가 편안해졌습니다.

 

그리고 다른 운동류 취미와 달리 내기나 경쟁을 할 필요없이 오롯이 혼자서 자신의 체력에 맞는 능력만큼만 감당하면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내 두 다리로, 내 능력만큼 오르면 되고 정상에 올랐을때 나름의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장점이었습니다.

 

물론 등산 가는 당일 집을 나설때 느껴지는 귀차니즘과 산행 초입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땀이 나기 시작하면 약간의 후회와 걱정이 밀려드는건 여전히 나이지지 않습니다만 산중턱쯤 오르고 뒤를 돌아보면 언제 이만큼 올라왔지 하는 생각과, 정상에서 오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작은 성취감은 그 무엇으로도 비교가 안되더라구요.

 

얼마나 이 취미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큰 욕심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고자 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으로 산을 좋아하고 오르겠지만 저의 이야기(넋두리)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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