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10. 12.)
최근 방영중인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원작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두번씩이나 읽었다고 추천하여 화제를 모은 책이다.
그냥 막연하게 한국인이 존경하는 인물가운데 손가락안에 꼽히는 성웅 이순신의 단순한 영웅화나 어린시절 한번쯤 읽게 되는 위인전 식의 전기(傳記)가 아닌 '인간 이순신'의 내면속 고뇌와 번민을 1인칭 시점으로 생생하게 묘사한 수작이다.
임진왜란이라는 환란속에 힘을 합쳐 위기를 극복할 생각은 아니한 채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는 조정 대신들... 그리고 그 가운데 유약하기만 한 임금인 선조는 자신을 능멸했다는 이유로 이순신을 고문했다가도 이순신 밖에는 없다며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고 어떠한일이 있어도 죽음만은 면하게 해주겠다는 면사첩(免死帖)을 내리니..
선조는 7년전쟁을 통해 왜군도 두려웠지만 무능한 임금보다 훨씬 뛰어난 살아있는 전쟁영웅이 나타나는 것 또한 두려워하였고 그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알고 있으나 자신이 처한 현실과 무고한 백성, 그리고 부하들 사이에서 이순신은 무의미한 죽음이 아닌 자신이 죽을만한 사지(死地)를 찾고 찾아서 마침내 가장 숭고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소설가 조정래는 태백산 - 아리랑 - 한강의 대하소설 세편을 최종적으로 탈고하면서 20여년간의 '글감옥'으로부터 해방된 심정이라고 기술한 것을 본적이 있는데 김훈 또한 이순신에 대한 글을 처음 쓰기로 마음먹은 날부터 탈고하기까지 10여년간 단 하루도 이순신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한다.
아직도 이순신의 칼이 징징징 거리며 울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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