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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책과 영화

태백산맥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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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2. 24.)





마침내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다 읽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가슴 벅차오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목표는 이번 겨울방학때 조정래 대하소설(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독파하기 였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려서 개강이 1주일 남은 이제야 한강과 태백산맥을 다 읽었네요.. 목표 시한을 연장해야 할 듯..


책이 출간된지 오래 되었고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책이기 때문에 이제서야 읽은게 뭐 자랑거리도 못됩니다마는 한편으로는 이제야 읽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교를 다니고 군대를 갔다오고 나름대로 정치, 사회, 역사에 대한 의식과 가치관이 생긴 이후에 이것을 읽었기 때문에 그다지 쉽지않은 책을 큰 무리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분들은 중고등학교때 이미 읽으셨다는데 참 대단한거 같아요.. 저는 대학교 1, 2학년때 읽었으면 아마도 이해못하고 2~3권쯤에서 중도포기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한강>의 10권 권말에 '작가의 말'에 보니까 작가의 아들이 대학생이 되었을때 아들에게 숙제를 하나 내주었답니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태백산맥 전권을 원고지에 필사하라는 것이었죠..


분량이 200자 원고지로 약 일만오천매 정도 된다는데, '필사'라는 것이 가장 좋은 독서라는 작가의 지론때문이기도 하고 파지를 제외한 순수 작품만 일만오천매이니 작가의 창작의 고통도 느껴보라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져 있는 숙제였겠죠.. 아들은 결국 아무런 불평불만 없이 그 일을 해냈답니다.


한가지 더 대단한건 며느리에 대한 조정래의 시아버지로서의 조건이 바로 태백산맥의 '필사'였다는 사실.... 지금 며느리는 살림하면서 6년째 그 필사를 묵묵히 계속 해오고 있다고 하고 손자가 대학교 입학하면 또한 같은 일을 시킬 것이라고 하니... 그 아버지에 그 아들.. 게다가 그 며느리, 그 손자... 참 대단한 집안입니다.



이 책은 그동안 제가 알고있던 역사, 우리가 학교에서 보배운 현대사는 진실을 다 말하기엔 반의 반도 안되는 그런 쭉정이에 불과한 단편적 지식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말해줍니다.


반공교육에 세뇌되어 공산주의는 무조건 나쁘고 민주주의는 무조건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그 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저질러진 수많은 과오와 범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저같은 범인(凡人)이 읽고도 그정도 충격을 받았는데 고은 시인이 감옥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문학이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을 그 심정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더라구요..


아무튼 제 가치관과 역사의식을 새롭게 재정립할 수 있는 작품이었고 왜 사람들이 그토록 태백산맥, 태백산맥 하는지 이유를 분명히 알수있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그동안 읽어본 책 중 가장 훌륭한 책이었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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