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7. 7.)
1월부터 본격적인 기술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직장생활과 시험공부를 어떻게 병행해 나가느냐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그래도 일반 엔지니어링회사나 대기업 보다는 널럴한 직장에 다니기에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은 편이었다.
우선 사무실에서 근무시간에는 공부를 할 수가 없으므로 평일에는 일과시간내 모든 업무를 마무리 짓고(야근을 일삼는 근무 스타일도 아니다.) 퇴근시간인 오후 6시 이후부터 밤 10~11시까지 공부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아직 미혼이고 숙소에서 자취를 하는 관계로 일찍 집에 들어가봐야 별볼일 없기 때문에 여지껏 퇴근 시간은 보통 밤 9시 전후였다. 그렇지만 공부를 결심한 이후부터는 1시간 이상 늘려 10~11시까지 사무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퇴근하는 것으로 하고 가급적 술 마시는 약속은 자제하여 평일의 5일중 최소 4일 이상은 공부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것이 1차적인 목표였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저녁 6시 이후에 업무를 올스톱 한 후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에 3시간 이상이 나에게 떨어진다. 주말에는 나름의 청춘사업을 해야하기에, 그리고 일요일에는 4시간이상 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니까 충전시간을 갖는게 좋다고 판단하여 제외했다. 그래도 가끔 여친을 만나지 않는 주말에는 근처의 대학 도서관에서 짬짬히 공부를 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회식이나 술약속이 꽤 자주 있어서 공부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데 그렇다고 모든 약속을 깨고 공부만 하다보면 사회적으로 왕따를 당할 염려가 있어 사회생활과 공부, 이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것은 불가능 하더라도 둘을 적절하게 조화시켜 윈-윈 전략을 짜는것이 중요했다.
누군가의 조언에 따라 1주일 내내 공부만 하는것도 좋지않고 또한 그렇게 하기도 상당히 어려우므로 최소 4일 이상, 그러니까 1주일에 한번만 술을 마시는 것으로 상황을 조절하고자 했다.
초반 1, 2월에는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3, 4월에 접어들면서 약간 나태해지기도 하고 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술마시는 횟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아 정상궤도(?)로의 진입에 성공했다.
일요일에 학원에서 4~5시간 강의를 듣고나서 주중에 그부분에 대한 복습과 노트정리는 1주일의 시간으로는 부족하다. 이것이 자꾸 누적되다보니 학원진도는 계속 나가는데 내 개인진도가 나가지 않아 애먹기도 했지만 그래도 중간에 학원 강의가 쉬는 틈(?)을 타서 열심히 따라붙을수 있게 되었다.
기술사를 취득한 분들의 수기같은 것을 읽어보면 공통적으로 회사생활을 하면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막판에는 회사를 그만둔 상태에서 공부에만 전념해서 합격하게 되었다는 글을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나도 가끔은 회사를 안다니고 대학때처럼 기술사 공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넘들에 비해 많은 시간적 여유가 있기에 주어진 시간만 충실히 보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은 든다.
요즘들어 고등학교때 수학을 공부하던 생각이 부쩍 난다. 일반수학부터 수1, 수2까지 두꺼운 정석책 세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문제도 안빼놓고 다 풀어보기를 다섯번 정도 반복했다. 그것으로 고등학교 수학을 완벽하게 마스터 했다고는 자신할 수 없지만 엄청난 실력을 쌓았고 훗날 대학교시절 그 기본기를 바탕으로 수학과외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렸었다.
그렇게 정석책을 다섯번, 그리고 과외를 하면서 네댓번 더, 이렇게 도합 열번 가까이 봤으니 수학공부에 손을 놓고 3년정도 지난 지금도 고등학교 수학은 세세한 공식 몇개는 기억이 안날지 몰라도 과외는 자신이 있을 정도다.
기술사 공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교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지만(약 80%정도 봤다) 이렇게 계속 반복해서 본다면 수학처럼 마스터 수준에 이르리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공부를 해나가면 언젠가 결실을 맺을 날이 올것이란 믿음으로 오늘도 나의 길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