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사 응시 자격으로 일정 경력이 포함되다 보니 시험을 준비하는 연령대가 30대 이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사 수험생은 학생보다 직장인이, 미혼보다는 기혼인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미혼이라면야 공부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마음가짐과 노력 여하에 달려있습니다. 제가 종사하는 분야가 토목이다보니 이쪽 업계의 사정에 밝아 토목쪽으로만 한정해볼 때, 회사일이 바쁘거나 소위 엔지니어링업체의 합사에 들어가면 공부시간을 빼는 것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시공사 현장근무를 하다보면 새벽에 출근하고 늦게 끝나는 경우가 많아 역시 평일에 공부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마는 않습니다.
그래도 과거와 달리 워라밸이 중시되고 주 5일제의 정착으로 어느정도 주말이 보장되는 시대로 접어들다보니 평일은 몰라도 주말에는 공부시간을 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게다가 코로나 영향으로 외출을 안하고 평일 회식도 거의 없어진 추세라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부할 여건은 이래저래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혼자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거기에 육아와 양육이 포함된다면 어떨까요? 평일 낮에는 일에 치이고 퇴근 후 저녁에는 아이들을 돌보다보면 정말 피곤하고 공부할 짬을 내기가 어렵지요. 그렇다고 공부한다는 핑계로 집안일과 육아를 모두 배우자에게 넘겨버린다면 그걸 용납해줄 배우자가 과연 요즘 시대에 얼마나 있을런지요.
기술사 공부를 하고자 마음을 먹은 사람들 중에서는 공부를 하다보면 공부의 어려움은 둘째치고 일에 치여, 혹은 집안일과 육아에 치여 처음 생각과 달리 진도도 나가기 어렵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중도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격증과 가정, 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마는 않습니다. 둘중에 하나를 포기하기도 어렵구요. 일과 가정, 육아, 그리고 공부까지... 저야 이미 그 길을 지나왔으니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수험기간의 고생이 희미해져가는 입장입니다만 결국 그러한 과정을 지나오지 않고 좋은 결과는 없더라구요. 그 기간의 장단(長短)은 개인차에 따라 다르니 논외로 치더라도 공부전략과 별개로 수험기간에 대한 나만의 계획이 있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처음 기술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후기를 읽어봤는데 인상깊었던 후기중에는 공부를 하는 몇 년 동안 명절과 집안의 대소사, 경조사 등은 일체 참석하지 않고 오로지 공부만 해야 합격할 수 있다는 분과 부부관계까지 아예 하면 안된다는 글까지 봤습니다. 그렇게 하면 수험기간이 짧아질수도 있겠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는 의문도 들었고 자격증은 남겠지만 가족과의 시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제 신념과도 배치되는 이야기였죠.
저는 개인적으로 주중에 퇴근후 자기전 두시간 정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회사에서의 관계도 필요했기에 가끔 회식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3~4일 공부하는 것이 목표였었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내내 공부하는 날도 있었고, 회식이나 약속 등으로 1~2회 정도만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말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생각으로 주말에는 거의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심지어 집사람도 그런식으로 공부해서는 절대 합격하지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뭐 어찌되었건 저는 제 주관대로, 제 판단대로 공부를 꾸준히(?) 했고 그래서인지 남들보다 긴 수험생활을 했지만 결국 합격은 했습니다.
구조역학 문제처럼 정답이 딱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역학문제의 풀이법(처짐각법, 3연모멘트법, 모멘트분배법, 공액보법, 매트릭스법, 에너지법 등등) 처럼 다양한 수험방법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것이 맞고 어느것이 틀린것이 아니라 '다름'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느 하나를 일방적으로 희생(혹은 포기)하면서 다른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제 경험담을 이야기 드린 것이고 제 사례가 맞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부디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선정해서 진행하시길 바랍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를 돌이켜보면 빡세게 해서 짧은 시간에 빨리 끝내야지라는 마음이었으면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공부하는 중간에 분명히 슬럼프 한두번 이상 오게 마련입니다. 공부의 과정보다 그 슬럼프를 어떻게 넘기느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느냐 여부가 합격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기왕 오래전부터 마음먹은거라면 포기하지 마시고 끝까지 하셔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시길 바랍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편입니다.
이는 또한 많은 합격자 선배들이 거쳐온 길입니다. 고통과 좌절, 회의와 절망, 그속에서 한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않고 포기하지 않은 자들이 도달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합격하고난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되었습니다. 이러한 감정은 본인만 느끼는게 아니라 정말 많은 분들이 거쳐왔고 지금 이순간에도 많은 수험생들이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되네요.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노래 가사처럼 때가 되면 지난 일들을 회상하며 환하게 웃고 있을날이 반드시 올겁니다. 물론 그 때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길게보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다만 막연하게 기술사 공부 한번 해볼까 라는 생각으로 육아와 집안일을 배우자에게 일임하고 자녀와의 시간까지 할애하지 않는건 말리고 싶습니다. 차라리 공부대신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인생의, 자녀와의 추억을 만들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저는 나름 배우자와, 그리고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함에도 지나고보니 그래도 부족한 점이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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