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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구조기술사 도전기/뒷담화

사인곡선과 슬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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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을 오래 지속하다 보면 드물긴 하지만 공부가 굉장히 잘되는 날이 있다. 처음보는 문제인데 쉽게 풀이방법이 생각나거나 깔끔하게 풀리는 컨디션이 좋은 날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기대했던 시험에서 결과가 나쁘게 나오거나 아는 문제인데 실수로 틀리는 경우 멘탈이 나갈 정도로 후유증이 심하게 찾아온다.

 

내 경우도 남들보다 오랜 수험기간을 거치며 공부를 하다보니 방황과 좌절이 여러번 있었고 포기 아닌 포기를 두어번 하면서 한동안 아예 공부에서 손을 뗀 적도 있었다.

 

계속해서 시험에 낙방을 하다보면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이 공부를 계속 해야되는 것인가 회의감이 몰려들고 요즘 말로 '현타'가 오게 되는데 지나고 보니 이러한 정체기를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 또한 합격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인생에서 벌어지는 경우의 수를 흔히 '길흉화복'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고. 누구도 매번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고 또한 누구도 매번 나쁜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열흘 이상 붉게 피는 꽃이 없고 달도 차면 기울게 마련이다.

 

 

 

 

동양에서 말하는 길흉화복의 싸이클을 서양에서 시작된 수학으로 표현하면 '사인곡선(Sine Curve)'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한 주기를 갖고, 높고(길 또는 복) 낮음(흉 또는 화)이 반복된다. 결국 인생도 마찬가지지만 수험생활은 사인곡선과 같이 길흉화복의 순환이 아닌가 싶다. 다만 개인차에 따라 그 진폭과 주기는 다를것이다.

 

운동선수들도 인터뷰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흔히 슬럼프(Slump)라고 하는 것은 해당 종목의 레전드라고 일컬어지는 선수나 그렇지 않은 무명 선수나 모두에게 찾아온다.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해서 피할 수도 없음은 물론이다.

 

레전드 선수가 되었든 혹은 수험생활의 합격자가 되었든간에 차이는 있겠지만 공통점은 슬럼프가 찾아왔다고 해서 거기에 좌절하고 멈춰버리지 않고 노력해 어떤 결실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모든 도전이 반드시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도전 없이 유의미한 결과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 도전과 슬럼프는 동전의 양면처럼 공전한다.

 

 

 

 

토목이나 건축을 전공한 사람들은 '슬럼프'라는 단어를 들으면 '슬럼프 테스트(Slump Test)'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굳지 않은 레디믹스트 콘크리트(레미콘)의 점도를 시험하는 것인데 일종의 반죽질기를 추락하는 높이차라는 정량적인 숫자로 바꿔 표현하는 것이다.

 

레미콘의 슬럼프가 없다면(점도가 없이 단단다하면) 그 레미콘으로는 거푸집 안에 타설이 불가능하다. 적당한 슬럼프가 있어야(어느 정도 질어야) 시공성 혹은 작업성(Workability)도 좋아지는 법이다. 슬럼프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적당한 때 벗어나는 것이 좋다. 물론 지나친 슬럼프는 작업성이 떨어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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