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누구나 알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역시 후자에 속하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최근이 알게 된(이해는 안됨) 사실은 관측자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는 시간이 지연된다라는 것이다.
관련된 내용은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한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웜홀을 통과하고 다른 행성으로 간 주인공의 시간은 느리게 가는 반면 지구에 남겨진 자식들은 시간이 빨리가 나중에 추월하는...
각설하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기 전까지 뉴턴의 역학은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상대성이론의 등장으로 뉴턴역학의 오류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뉴턴역학이 과학책에서, 혹은 일반인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까닭은 지구처럼 등속운동을 하는 특수한 경우에 한해서는 그 이론이 맞기 때문이다.
결국 뉴턴역학을 상대성이론이 더 큰 차원에서 통섭하고 일반화 한 것이다.
2.
유시민 작가의 '알릴레오 북스'라는 책 소개 유튜브를 구독하고 있는데 최근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걸을 때>라는 책을 주제로 알쓸신잡에 출연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게스트로 나와 이야기하는 클립을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여기서 언급된 내용 중 특히 '유클리드 기하학'과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그것은 다섯가지의 공리(증명이 불필요한 당연한 사실)로 기하학과 관련된 여러 증명에 관한 내용이며 기원전 300년경에 완성했다는 것까지는 나도 알고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수학자 리만이 다섯가지 공리 중 마지막 공리인 평행선 공리를 제외하고도 유클리드 기하학에 모순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 내는데 그로 인해 '비(非)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개념이 나타나게 된다.
결과적으로 '비 유클리드 기하학'이 더 큰 통섭의 원리로 '유클리드 기하학'은 '비 유클리드 기하학'의 아주 특수한 경우(2차원 평면)에 해당되는 것으로 밝혀지는데 '비 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불리우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이 든다.
3.
가입하여 활동중인 구조기술사 카페에 최근 변형에너지(일)와 공액에너지(상보일)의 차이를 묻는 질문이 올라와 댓글로 답변을 하다가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힘과 변위가 선형인 경우(탄성) 변형에너지(U)와 공액에너지(상보변형에너지, U*)는 값이 동일하다. 그래서 그 구분이 사실 불필요하다. 다만 이중선형(탄소성)이거나 비선형(비탄성)인 경우 변형에너지와 공액에너지는 값이 달라진다.
탄성인 구조물의 처짐을 구하는 방법 중 대표적인 에너지법의 하나인 카스틸리아노 제2정리는 변형에너지(U)를 하중(P)으로 편미분하여 구한다. 토목공학 전공자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이고 구조기술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문제다.
그런데 비탄성 구조물의 처짐을 구하는 방법은 Crotti-Engesser 정리라는 것이 있는데 공액에너지(U*)를 하중(P)으로 편미분하여 구한다.
드물긴 하지만 구조기술사 시험에서 비탄성 구조물의 처짐을 구하는 문제가 서너번 정도 출제된 적이 있어 내 서브노트에도 정리를 했던 기억이 있다. 비탄성에 대한 것은 학부 과정을 뛰어넘는 대학원 과정의 내용이라, 가방끈이 짧은 나는 참고용으로 구입한 대학원 과정의 원서를 가지고 독학으로 정리를 했었다.
단순히 탄성일 경우 카스틸리아노 제2정리, 비탄성일 경우 Crotti-Engesser 정리 이렇게 기계적으로 공부했는데 사실은 Crotti-Engesser 정리가 카스틸리아노 제2정리를 뛰어넘는 통섭의 원리였다. Crotti-Engesser 정리는 탄성, 비탄성을 막론하고 모든 경우에 적용이 가능한 원리이고 카스틸리아노 제2정리는 Crotti-Engesser 정리 중 탄성이라는 특수한 상황에만 적용이 가능한 개념이었던 것이다.
그저 두 공식의 모양과 형식의 유사성만 느꼈을 뿐 이렇게 깊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한다고 했던가. 새삼 짧은 지식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4.
당연한 이야기 겠지만 수학과 과학의 발전사를 보면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론이 먼저 정립되고 나중에 이를 포괄하여 더 큰 차원으로 통섭하는 이론이 등장한다.
수학과 과학의 진리는 새로운 진리 앞에 순순히 그 자리를 물려준다. 그렇다고 뒷방 늙은이마냥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배움을 갈구하는 후학들에게 그 생명력이 유지되고 여전히 현역으로 유효하다.
5.
약 3주동안 우연의 일치로 위에 나열한 세가지 '통섭'이라는 공통된 주제와 관련된 경험을 했다. 수학과 과학의 아름다움, 그것은 예술에서 느낄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이 분명하다.
예술에서 느끼는 아름다움도 보통사람이 알기 쉽지 않지만 수학과 과학에서 느껴지는 진리의 아름다움도 보통사람이 알기 어렵다. 정말 뭐든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토목구조기술사 도전기 > 뒷담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콘크리트 구조기준 변경 (3) | 2022.06.02 |
---|---|
사인곡선과 슬럼프 (2) | 2022.02.04 |
선의는 여기까지 (5) | 2020.11.15 |
기술사 FAQ (2) | 2019.12.30 |
요즘 근황 (7) | 2019.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