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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구조기술사 도전기/뒷담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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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0.)



94회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다가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다. 순수하게 학문에 대한 열정이나 탐구를 위한 공부가 아닌 시험을 위한 공부, 그중에서도 암기를 수반하는 모든 종류의 수험생활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공부 방식은 알파벳 A부터 Z까지의 내용이 시험에 나오는 전부라고 가정할때 순차적으로 A부터 Z까지 공부한다. 물론 중간에 G나 L, U 등 몇가지 다른 것들과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출제 비중이 높지 않아 효율 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 스킵하고 넘어가는 몇가지가 존재한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공부하고 나면 다시 A로 되돌아가 순차적으로 반복학습을 하는데 이때 분명 과거에 공부했고 확실히 봤던 내용임에도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어떤 부분은 아예 처음보는 것 마냥 생소한 것들이 존재한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되는 부분이 있고 새롭게 공부하는 부분으로 인해 기존의 지식이 밀어내기 식으로 기억의 저편으로 멀어지기 때문이겠지만 그럴때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이 많은 것들을 항상 베스트 상태로 기억하느냐 하는 방법론의 문제와 맞딱뜨리게 된다.


기억력이 좋지 못한 것을 탓해야 하겠지만 어찌되었건 목표가 합격인 이상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전략적으로 A부터 Z까지 방대한 양을 어중간하게 공부하느니 절반만이라도 확실하게 공부한 상태에서 천우신조로 그부분만 시험에 출제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게 운이 좋을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기에 반복학습을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된다. 즉 지식을 물이라 하고 지식을 담는 두뇌를 독이라 하면 시험공부란 결국 밑 빠진 독의 물 붓기가 되는 것이다. 다만 개인차에 의해 독에 바늘구멍 만큼만 물이 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밑둥 전체가 없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밑이 많이 빠졌다고 해서 안된다고 한탄하고 포기하기 보다는 구멍이 작은 사람보다 좀더 많은 양의 물을 들이 붓는다면, 즉 새어나가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공급한다면 독은 서서히 차오를 것이고 반대로 독에 바늘구멍 만큼만 물이 새는 사람이라도 물을 붓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로 비유하자면 끊임없이 노를 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한눈팔고 쉬다보면 어느새 조류의 흐름을 타고 하류로 떠내려가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이렇게 이론적인 이상향은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끊임없이 물 붓기나 쉬지않고 노 젓기는 참 어렵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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