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4.)
토목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지만 엔지니어링 업체를 다니지 않고 또한 주변에 같이 공부를 하는 사람도 없는 관계로 이쪽 소식에 어두워 남들보다 한발앞서 나가기는 커녕 엇박자로라도 따라가기 바쁘다. 마치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는 기분이 들때도 있다.
주변에 기술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있지만 거의다 토목시공쪽 이다보니 나처럼 모난돌(?)은 정맞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분위기가 그러하니 기술사 공부를 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커밍아웃을 하면 당연히 토목시공을 한다고 지레 짐작하는데 막상 토목구조라고 말하면 대부분 반응이 "그래? 왜?"라며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한다.
뭐 어차피 인생은 고독한 법이고 기술사 도전 또한 마라톤과 같이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 나는 내길만 가면 될 뿐 기죽을 것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외롭다는 느낌을 받을때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며칠전 볼만한 참고서가 없나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건축구조 설계기준(KBC-2009)이 개정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에 따라 강구조학회에서 강구조설계와 예제집 개정판이 나왔다는 것까지 확인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강구조공학 책이 2008년도 판이니 제대로 마스터하지도 못한 마당에 1년새 기준이 바뀌어 또 새책이 나왔는데 그걸 2년이나 지난 마당에 알게된 나도 참 답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년전쯤인가 콘크리트 구조설계기준이 2007년에 개정된 줄도 모르고 이전 참고서만 보고 있다가 뒤늦게 이웃 블로거인 lupin66님 덕에 알게되어 부랴부랴 개정판을 구입했을 때도 같은 기분이었다.
구조나 재료 등 역학관련 책이야 원리에 의한 것이니 오타나 단위계 변경 이외에 개정판의 내용이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구판을 본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지만(재료역학의 경우 오히려 한참전에 절판된 티모센코 2판을 더 높게 쳐주는 현상까지 있다.) 강구조나 철근콘크리트 쪽은 툭하면 코드가 바뀌고 개정판이 나오니 책값도 만만치 않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그렇다고 개정판을 산뒤 구판을, 혹시나 하고 미친척 내놓는 나도 웃긴 놈이지만 인터넷 헌책방에 내놔도 팔리지 않으니 사실상 재활용 이외에는 대책이 없는 파지 수준인지라 억울하면 왜 내가 열심히 공부한 설계기준을 자주 바꾸냐고 항의할 것이 아니라 강산이 아니 코드가 여러번 바뀔때까지 장수생을 하지말고 하루라도 빨리 쯩을 따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겠다.
그런데 한편으로 반대쪽 입장에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왕에 토목쪽에서 책을 낼거면(전공을 할거면) 역학쪽 보다는 강구조나 철콘쪽으로 해야 코드가 개정될때마다 저서의 개정판을 내고 돈도 버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ㅡㅡ;
문득 논어의 저 유명한 학이편 첫구절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子曰 :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說乎(불역열호)아,
有朋(유붕)이 自遠方來(자원방래)면 不亦樂乎(불역낙호)아.
공자왈 : 배우고 때(시기)에 맞춰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
吾曰 : 習而時落之(습이시낙지)면 不亦哀乎(불역애호)아,
基準(기준)이 自遠方變(자원방변)하면 不亦悲乎(불역비호)아.
나왈 : 공부했으나 때마다 (시험에) 떨어지면 슬프지 아니한가.
(설계)기준이 바뀌면 (개정판을 사야하니) 또한 슬프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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