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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길

대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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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1. 12.)



대청도는 소청도의 형님뻘 되는 섬이다. 예로부터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 했던가. 소청도에 비해 면적도 넓고 볼거리도 많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백령도행 쾌속선을 타고 출항하면 가장 먼저 소청도에 닿고 이후 20분정도 더 들어가 대청도를 경유해서 최종목적지인 백령도에는 대청에서 약 30분 후 도착하게 된다.


매표할때 안내판에는 인천 ~ 백령도간 운항시간이 4시간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건 아마도 물때나 바람이 맞아 최상의 조건일때 인듯하고 보통 4시간 반에서 5시간 정도 소요되어 상당히 힘들고 지루한 여행이다. 게다가 기상이 좋지않아 배가 조금 출렁거리기 시작하면 배멀미가 심한 사람에게는 두번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담근다면 평생 장맛을 모르고 살아야 하듯이 배멀미가 무서워 백령, 대청, 소청도행을 포기한다면 섬여행의 백미를 모른채 살아가는 것과 같으니 누구든 기회가 된다면 한번은 가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포항에서 배를 타고 가야하는 울릉도 여행을 꼭한번 다녀오고 싶다.


소청, 대청을 경유하는 백령도행 쾌속선은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오전 8시와 8시 50분, 그리고 오후 1시 세번 출항을 하는데 이번에 들어갈때는 1시배를 타고 들어갔다. 지난 소청행과는 달리 바람이 조금 불었던 탓인지 먼바다에 이르러는 파도가 심해 배가 상당히 요동을 쳤고 덕분에 배에 있던 많은 승객들이 멀미와 구토를 했다.


해가 짧아져 어둑어둑한 시간에 대청도의 선진포항에 내렸는데 섬이라 그런지 바닷바람이 상당히 매서웠다. 숙소까지 걸어가는데 몇년전에 방문했을때는 없었던 편의점 '가족'마트도 눈에 띄었다. 이런곳에 편의점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으나 일반적인 편의점과는 달리 24시간 영업은 하지 않았다. ㅎㅎ 



선진포항의 야경. 바람으로 인해 요동치던 바다와는 달리 야경은 고요하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둘째날 아침 선진포항의 모습. 저멀리 보이는 일출


 

어선을 타고 바닷가로 나갔는데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독바위 근처로 가는 길





볼일을 다보고 나니 시간이 3시쯤 되었다. 대청에서 인천행 막배 시간이 오후 2시 20분이니 이미 집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어진 상황. 당초 1박2일을 생각하고 온 출장이었는데 덕분에(?) 하루를 더 묶게 되었다. 뭍으로 돌아와 해도 남아있고 볼일도 마친 상태라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차가 없으니 도보로 이동했는데 얼마든지 일주가 가능한 거리였다.



 


선진포항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고개를 하나 넘으면 옥죽포항 가는 길이 나오는데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옥죽포항 모습이다. 가운데 보이는것은 모래사막인데 섬에 무슨 뜬금없이 모래사막이냐고 하겠지만 나름 대청도의 명물이다. 일종의 사구(沙丘) 지형인데 군데군데 푸릇푸릇한 것은 녹화사업으로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란다.



옥죽포 해안에서 바라본 모래사막의 모습


 



고개를 넘어 만난 마을의 평화로운 해넘이 모습. 이쪽에는 논이 없어 육지로부터 쌀을 사다먹는다고 들었는데 얼마되지는 않지만 추수를 끝낸 논이 있는것이 의외였다.


 



바닷가에 주로 피는 해당화라는데 철이 지난 탓인지 한송이만 남아있고 나머진 이미 꽃이 떨어지고 열매만 있는 상태였다. 만개했을때는 장관일듯. 


고개너머 해당화 군락지를 지나 소나무숲이 펼쳐져 있는데 날이 저물어갈때라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게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청도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곳인데 나무의 수령이 상당히 오래되었고 그림같이 멋지게 자란 소나무들이 상당수였다. 맑은 공기에 솔잎향이 은은히 퍼지니 그야말로 비단위에 꽃을 더한 듯했다.


 

옥죽포항의 모습





해안가의 바위가 상당히 특이하다. 지질을 연구하는 사람이 본다면 흥미를 가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쪽으로는 문외한이라..



셋째날 아침 해돋이. 아침부터 연무가 끼어 마치 해넘이 같은 인상을 주기도 한다.



연안의 섬은 몰라도 먼바다에 위치한 섬에 갈때는 일정을 좀 여유있게 잡아야 한다. 몇년전 방문시에는 2박3일 일정으로 왔다가 안개로 배가 뜨지 못해 4박5일 일정을 보내고 왔는데 이번에도 안개로 오전배가 취소되고 오후배를 타고 간신히 돌아올 수 있었다. 그나마 오전에 나가려고 표를 끊었기 망정이지 오후배로 나가려던 사람들은 자리가 없어 표를 구하지 못해 배를 탈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안개로 배가 고속으로 가지 못하고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무려 다섯시간 반동안 배에 갇혀있어여만 했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인건 돌아온 후 이틀동안 안개로 배가 결항되고 그 이후에는 풍랑주의보 때문에 또 결항되 만약 그배를 타지 못했더라면 일주일 이상 묶여있을뻔 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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