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2.)
지난해 연말 개봉 당시부터 보고싶었던 영화였는데 상영관이 별로 없어서 볼 수 없었습니다. 와이프와 이 영화를 보려고 평일 저녁 퇴근후 극장엘 갔다가 상영하지 않아 결국 차선책으로 <26년>을 봤었습니다. 혼자서라도 보려고 지난해 대선 오전 투표를 하고 집근처 상영관을 알아봤으나 허사였습니다. 결국 오늘에서야 보게 되었네요.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대학시절 매일같이 1호선 국철을 타고다니며 지나다니던 곳입니다. 물론 당시엔 알지 못했는데 얼마전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 대공분실은 남영역 플랫폼에서도 바로 바라보이는 지척의 거리더군요.
198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제가 초등학교 2학년때니 아무것도 모르고 뛰놀던 시절이지만 기억이 어느정도 지배하는 시기임에도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무렵 전국 곳곳에서 데모가 일어났던 것들은 기억하는데 가끔 최류탄 연기가 동네에까지 날아와 눈코가 매웠던 일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어린 마음에 엄마에게 왜 데모를 하는 것이며 최류탄을 쏘는 것인지 물었고 엄마는 단둘이 있던 집안에서 조차 주위를 살피고 낮은 목소리로 전두환이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해주시며 어디가서 절대로 말하면 안된다며 두번세번 입단속을 했었습니다.
1996년 대학 신입생이 되고 성인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지만 그해 가을 한총련의 소위 <연세대 사태>라는 것을 끝으로 대학가의 데모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습니다. 덕분에(?) 데모 한번 해보지 않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습니다.
예전부터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나 사건들에 관한 영상들을 보며 내가 만약 그 시절에 저 사람들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의문을 늘 품고 있었지만 한번도 자신있게 나도 그들처럼 했을거라고 대답하지 못하겠더군요.
신경림 시인이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끌려갔다가 경찰이 책상을 한번 치는 것에 놀라 겁을 먹고 바로 천상병 시인이 배후라고 자백하고 풀려났으며 그게 두고두고 죄스럽더라는 후회를 했다 들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야 그의 비겁함을 나무랄지도 모르겠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하보면 나는 과연 그를 비난할 용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암울했던 시기가 지나고 지금 이렇게 아무런 거리낌없이 정부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는 세상에 사는 것이 다 독재에 맞서 목숨을 걸고 항거한 분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해 봅니다.
역사라는 강물은 항상 직선으로만 흐르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비록 강물은 굽이굽이 흐르지만 끝내,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고 흐르니 오늘의 현실이 다소 불만스럽더라도 아이들에게 좀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도록 저부터 좀더 노력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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