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9.)
지난 주말 강원도 홍천으로 가족캠핑을 갔다가 밤에 아들을 재워놓고 와이프와 둘이서 릴렉스 체어에 앉아 서늘해진 밤공기를 느끼며 아이패드로 본 영화입니다. 2011년에 개봉한 영화인데 뒤늦게, 것도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네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인줄 알았는데 김기덕 사단 전재홍 감독의 영화더군요. 윤계상과 김규리(구 김민선)의 연기가, 그중에서도 윤계상의 연기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남자인 제가 봐도 반할정도로 너무 멋지더라구요.
주인공 풍산(윤계상 분)은 영화내내 대사 한마디 없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대부분 주인공의 대사가 많지 않았던 기억인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대사가 아예 없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풍산은 단지 분단된 현실에서 이산가족의 비극이 안타까워 그들의 소식만이라도 전해주고자 메신저 역할을 하는 휴머니스트일 뿐이며 그의 소속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데올로기라는 현실앞에서 남과 북 어느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양쪽에서 끊임없이 좌우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당합니다.
결국 그는 분단의 현실을 뛰어넘지 못하고 비무장지대에서 어느쪽에서 쐈는지 모를 총탄을 맞고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념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내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비효율적인 소모전을 반세기가 넘도록 계속 해야 하는지 아마도 전세계를 통털어 현재까지도 이념에 의한 장사가 먹히는 나라는 한반도 한곳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젠 낡은 이념이라는 문제를 뛰어넘어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네요.
영화의 소재중 하나인 남한으로 망명한 북한의 요인암살은 10여년전 뉴스에서 우연히 본게 떠올라 검색을 해보니 1997년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 암살사건'이더라구요. 한국으로 망명해서 이름을 개명하고 성형수술도 네번인가 하며 잠적했는데 결국 의문의 괴한(이거야 말로 진짜 북한 소행)에게 암살당해서 당시 한참 떠들썩 했던 사건이라 지금까지 기억합니다.
노동당 비서출신 황장엽도 망명후 끊임없이 북의 암살에 대한 경고를 받았고 심장마비로 공식 발표된 사인도 의문을 제기하는 눈초리도 있습니다만 어찌되었든 현실에서 벌어진 암살 테러를 생각하면 섬뜩한 생각마저 듭니다.
영화의 잔상이 남아 후기를 읽다보니 내용이 너무 허구적이고 재미없어서 돈아까웠다는 글도 많던데 손으로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못생겼다고 하는 꼴이니 그런 분들은 진중권 교수 말마따나 그들 수준에 맞는 A급 영화 '디워'를 보면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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