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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윰

축토구목(築土構木) (2011. 9. 1.) 어제 직장내 대학 동문모임이 있어서 다녀왔는데 처음으로 뵙는 선배께서 내가 토목공학과 출신이라고 하니 대뜸 '토목(土木)'이라는 말의 어원을 아냐고 물으셨다. 질문의 의도를 몰라 대답을 못하고 있었는데 '축토구목(築土構木)'이라는 고사에서 왔다면서 몰랐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그런 고사성어는 '듣보잡'이어서 처음 들어봤다고 했더니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보고 생긴건 토목직이 아니고 보건직 같다는데 그말이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서 취기가 남아있는 상태로 검색을 해보니 정말 그 선배님의 말씀이 맞았다. 나름 한문이나 고사성어를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건만 정작 내 전공, 밥줄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으니 술이 깬 오늘 아침부터 내내 그 생.. 더보기
집단의 광기일까 무지의 소산일까 (2011. 7. 18.) 지금은 파워포인트가 주류를 이루겠지만 내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 전공수업을 받을때는 전통적인 판서 수업 아니면 OHP 필름과 영사기를 이용한 수업이 반반이어서 강의실 칠판 상단에는 하얀색의 수동 빔프로젝터 스크린이 매달려 있었다. 우리과 전공과목 교수님중 좀 엄격하고 고지식한 분이 계셨는데 어느날 강의실에 들어오셨다가 하얀색 빔프로젝터 스크린에 누군가 분홍색 분필로 조그맣게 이런 식으로 써놓은 것을 발견하시곤 흥분하면서 수업대신 일장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하셨다. 대부분의 교수님이 그러하겠지만 그 교수님 역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신탓에 미국의 예를 들며 이런 짓은 미국에서는 'Vandalism'으로 불리우는 아주 무식하고 혐오스러운 행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만 해도 반달리즘이 뭔.. 더보기
냄새와 향기 (2011. 7. 1.) 드라이크리닝을 맡겼다가 찾아온 옷에서는 세탁소 특유의 화학약품 냄새가 나고 병원 입구에 들어서면 알코올 냄새에 겁부터 나기 시작한다. 한의원에 가면 어떠한 약재를 달이든지 비슷비슷한 한약냄새가 난다. 총각이 혼자사는 방에 가면 홀아비 냄새가 코를 찌르고 여자가 사는 방에 가면 화장품 냄새가 풍겨온다. 강신재의 단편 에서 주인공 숙희는 자신이 사모하는 므슈 리를 떠올리며 '그에게서는 항상 비누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어떤 집에 가보면 그집 특유의 냄새가 있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도 그 사람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정작 그 집 식구들이나 본인은 그 냄새를 인지하지 못한다. 후각이라는 감각기관 자체가 워낙 빨리 피로해져서 반복적인 냄새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이유일테지만 이렇게 자신의 냄.. 더보기
나의 권리 그리고 공공의 이익 (2011. 6. 28.)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인 삼화고속 노조가 사측과의 임단협이 결렬되어 지난 주말 한시적 파업을 벌였다는 뉴스를 봤는데 주말의 한시적 파업이고 내가 타고다니는 노선이 아니라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트위터에서 팔로우 하는 모 기자의 트윗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기자분이 삼화고속을 타고다니는 것 같은데 물론 파업으로 인해 정상운행이 불가능하니 불편한 것은 당연지사겠지만 일반인도 아닌 기자 신분으로 저런식의 멘션을 날린다는게, 아니 저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좀 놀라웠다. 예전에 권영길 의원이 한 이야기중 인상깊었던 말이 있는데 그가 프랑스 특파원 기자시절 파리 지하철의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해서 쓰레기통마다 쓰레기가 넘쳐나고 악취가 나는데도.. 더보기
SK 와이번스의 야구, 그리고 김성근 감독 (2010. 10. 21.) 글을 쓰기 전에 먼저 밝힐것은 나는 인천태생은 아니지만 3살때부터 지금까지 인천에서 살고있고 인천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으며 과거 인천 야구와 현재 SK 와이번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의 팬이라는 사실이다. 다른팀 팬들은 잘 모르겠지만 오래된 인천 야구팬들의 가슴 한켠에는 남모를 상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삼미 - 청보 - 태평양 - 현대로 이어져온 인천야구의 계보를 서울입성이라는 명목하에 현대가 야반도주하듯 하루아침에 연고지 인천을 버리고 도망가버린 전대미문의 사건 때문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인천 팬들이 그때 야구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야구판을 떠났고 야구를 멀리했다. 때마침 모기업 부도로 해체된 쌍방울 레이더스 선수들을 규합하여 2000년 새롭게 창단한 SK 와이번스가 인천.. 더보기
농장지경(弄璋之慶) (2008. 12. 21.) 축복이에게.. 엄마와 아빠가 결혼을 하고 2세를 갖기로 한 즈음 한동안 소식이 없었는데 엄마의 사무실 동료가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도 그냥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약국에서 사온 테스터기의 선명한 붉은색 두줄은 엄마 아빠에게 축복이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려준 메세지였지. 임신이라는 너무도 신기하고 기쁜 마음에 아빠는 그 새벽에 폰카로 축복이의 메세지를 찍어놓았고 이제와 다시 보니 그 날짜가 지난 5월 7일 오전 여섯시 오십칠분 이더구나. 그날 오후 엄마는 사무실 출근후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산부인과에 다녀와 임신 5주라는 통보를 받았고 그주 토요일 너의 외가댁이 있는 부천에 와서 아빠와 함께간 병원에서 초음파로 처음본 축복이의 모습은 난황(卵黃)이라는 자그마한 타원이였어..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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