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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길

한국의 오지, BYC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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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여름휴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지로 꼽히는 BYC(봉화, 영양, 청송)로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을 처음 알게된 것은 10여년 전 故 구본준 기자의 블로그를 통해서 였는데, 막연히 위시리스트에 담아둔지 오래라 막상 그곳을 가려고 계획한 뒤 블로그 다시 검색하려고 하니 관리자가 없어서인지 블로그도 사라졌더라구요.

 

페이스북에 오래전 댓글을 썼던게 기억나 한참을 뒤져 어렵사리 찾아낸 곳은 봉화의 석천정사와 영양의 서석지 두곳이었습니다. 막연한 기억에 의존해 두 곳만 믿고 그 먼 곳까지 갈 생각을 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좀 무모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결론적으로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지만 말이죠.

 

8월 12일 수요일. 첫날 첫번째로 도착한 곳은 경상북도 봉화의 카페 오로지 입니다. 오르막 도로 한켠, 전망좋은 곳에 카페를 만들고 지나가는 여행객의 발길을 잡는 곳인데 기본적으로 뷰가 '열일'하는 곳입니다.

 

 

 

 

카페 테라스에서 바라본 전경입니다. 전날까지 태풍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린 탓인지 물이 불어있었고 맑다기 보다 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봉화에는 이렇게 물이 돌아나가는 지형이 많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되었습니다. 마치 예천의 회룡포, 안동의 하회마을과 비슷한 지형입니다. 이곳의 지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앞서 말한 곳처럼 돌아나올 회(回)자가 들어간 것인 아닌가 궁금합니다.

 

 

 

 

분천역이라는 간이역입니다. 승부역이라는 간이역을 가려고 했지만 위치도 그렇고 동선에서 벗어난 곳이기에 분천역으로 갔습니다. 하루에 기차가 몇번 정차하지 않는 간이역이었으나 오지트래킹과 V-트레인이라는 관광상품으로 이제는 사람들이 제법 찾는 명소가 되었다고 하네요.

 

 

 

 

닥실마을(닭실마을)에 있는 청암정입니다. 거북바위 위에 자연친화적으로 지은 정자인데 충재 권벌 선생께서 이곳에 터를 잡고 지었다고 하네요. 마침 충재박물관에 계시는 문화해설사 분께서 멀리서 온 손님이라며 친절하게 설명해 주셔서 더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BYC 여행의 첫번째 목적지였던 석천정사 입니다. 희안하게 티맵, 카카오네비 둘다 제대로 된 위치를 찍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이정표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어렵게 찾아갔는데 차량이 교행조차 되지 않는 좁은 길을 따라가니 나오는 곳에 사람은 하나도 없고 계곡에 물이 불어 소리만 요란하고 물안개까지 껴서 와이프와 아들이 무섭다며 혼자 다녀오라고 해서 가봤더니 무슨 연유인지 입구의 문이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뭔가 허탕을 친 기분이랄까요. 멀리서 사진만 찍고 돌아나왔습니다.

 

 

 

 

첫째날 숙소로 잡은 토향고택의 전경입니다. 2년쯤 전에 경북 영주 여행을 했을때 무섬마을의 오헌고택이라는 곳에서 처음으로 고택체험을 해봤었는데 그때의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도 고택을 선택했습니다.

 

바래미마을 의성 김씨 김우굉의 후손이 거주하며 운영하는 숙소인데 내부를 현대식으로 개조해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고나 할까요. 펜션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둘째날 토향고택을 나와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호랑이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는 범바위전망대 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물길이 돌아나가는 지형을 여기에서도 만났습니다. 봉화가 달리 오지가 아닌게 가는 곳마다 산이 굽이굽이, 아니면 물길이 굽이굽이 펼쳐집니다. 6. 25때도 전쟁이 난 줄 몰랐다던 오지이니 말 다했죠.

 

 

 

 

'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카페입니다. 이게 정말 카페를 가는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산길을 굽이굽이 2km 이상 들어가다보면 만나는 곳입니다. 갈때 올때 맞은편에서 차를 만날까봐 조마조마했던 곳이기도 한데 이런 곳에 카페를 만들 생각을 한 사장님도 대단한데 어찌알고 이곳을 찾아오고 후기를 남기는 여행객들의 이야기도 신기한 곳이었네요.

 

마치 합성사진처럼 통유리로 된 곳은 찍기만 하면 그냥 알아서 작품사진(?)이 되네요. 저 멀리 돌아나오는 물길이 여기에서도 보입니다.

 

 

 

 

청량산 청량사 일주문 앞입니다. 일반적인 사찰에 비해 일주문으로부터 가람까지 거리가 1km 정도로 먼데다 오르막길이어서 삼복더위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우거진 나무숲으로 인해 대부분 그늘이고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이라 그 풍광에 심심할 틈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오르다보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가람 건물인 안심당입니다. 말그대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특이하게 사천왕상이 없습니다.

 

 

 

 

원효대사의 전설을 간직한 삼각우송 옆 석탑입니다. 사진으로는 완전히 표현이 되지 않지만 여기까지 오르면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멋진 풍광이 나타납니다. 일주문으로부터 안심당까지 힘든 여정이 다 보상되고도 남을 만큼의 풍광입니다. 그와중에 삼각우송 그늘밑에 앉아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녀석에게 아빠가 느낀 감정의 공유는 아직 무리인 것 같네요. ^^

 

 

 

 

약사여래불을 모신 유리보전 옆에서 바라본 삼각우송의 모습인데 밋밋한 파란 하늘에 화룡점정처럼 구름이 떠가고 있네요. 청량산의 산세에서 뭔가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범인(凡人)인 저조차 느껴지는 이런 영험한(?) 곳에 어찌 고승들이 사찰을 짓지 않고 배길 수 있었을까요. 큰 기대없이 왔다가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것처럼 엄청난 충격을 받고 갑니다.

 

 

 

 

사찰로 오르는 길 한켠에 물길을 만들었는데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되네요. 사소한 것 하나에서도 감동을 받다니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두번째 목적지 중 한곳인 영양군의 서석지 입니다. 소쇄원, 세연정과 함께 조선시대 3대 민간정원의 한곳이라고 하는데 담양의 소쇄원보다 규모도 작고 생각보다 별게 없어서 실망스러웠습니다. 석천정사와 서석지 모두 기대와 달리 허탕이었습니다.

 

 

 

 

둘째날 숙소 근처인 경북 청송의 송소고택 입구에서 찍었습니다. 숙소가 송소고택은 아니었고 그 인근의 별동산 달빛아래라는 곳이었는데 따로 찍은 사진은 없습니다만 마을 전체가 한옥으로 지어져있고 내부는 신식인 구조입니다. 사장님 내외가 정말 친절하시고 다음날 아침 생각지도 못한 조식까지 차려주셨네요. 청송에 또 가게 된다면 다시한번 들르고 싶은 곳입니다.

 

 

 

 

셋째날 방문한 청송의 대표적인 명소 주산지 입니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인공저수지인데 현재는 저수지 전체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는 작품의 촬영장소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고 사진좀 찍는다는 분들의 단골 출사장소 이기도 하죠.

 

저수지는 농업용수를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축조되는데 인근에 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곳에, 그 시절에 저수지를 축조했는지 잘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주왕산 국립공원 입구에 있는 청솔식당에 갔다가 용추계곡을 들렀다 갈까, 아니면 그냥 집으로 올라갈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금요일 퇴근시간과 겹쳐 차가 막힐 염려에다가 날이 더워 용추계곡을 가는게 엄두가 나지 않아서였죠.

 

그래도 언제 이곳에 다시 오랴 싶기도 하고 구글 지도에 있는 후기를 보니 트레킹 코스가 평지라 힘들지 않다고 하길래 한번 가보자 했습니다. 아드님은 주왕산 국립공원 초입의 대전사 나무그늘 아래에서 핸드폰을 하며 쉬기로 하고 와이프와 둘이서만 갔습니다. 대전사 보광전 뒤로 보이는 주왕산의 산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용추협곡으로 가는 길입니다. 등산코스라기 보다 평지를 걷는 트레킹에 가깝습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등산을 못하는 분들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습니다.

 

 

 

 

주왕산 시루봉의 모습인데 사람 형상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예사롭지 않습니다.

 

 

 

 

40여분 정도 걸어가면 만나게되는 용추협곡의 모습입니다. 산을 많이 다닌 편은 아니지만 이런 지형은 처음봤습니다. 화산이 분출하면서 굳어진 응회암이라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산의 바위가 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런 곳을 못보고 상경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했겠다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주왕산은 가을 단풍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한여름에 코로나 시국이라 관광객이 많지 않았지만 가을에는 거의 사람에 떠밀려 올라갈 수준이라고 하네요.

 

 

 

 

용추협곡 끝에서 만나게 되는 용추폭포입니다. 사진으로 담지 못하는 자연의 위대함에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다가 돌아왔네요. 청량사와 용추협곡은 나중에 다시오고 싶을 정도로 두고두고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경북 오지 여행의 끝자락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대했던 곳에서 실망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동선에 맞춰 우연히 방문한 곳에서 뜻밖의 감탄을 하고 왔습니다. 역시 사람의 일이란 늘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라는 어이없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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