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11.)
공부(工夫)란 흔히 학문을 익힌다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기원을 따지고 올라가면 원래 '공부(功扶)'의 약자로 무엇을 힘써서 한다는 힘력(力)과 손(몸)을 사용하는 손수(手)변이 부수로 들어가 있어 무엇을 몸으로 힘써서 한다는 의미가 더 래디컬하다고 하겠다.
더구나 공부를 중국어로 발음하면 '쿵후(Kungfu)'로 우리가 잘 알고있는 무술의 의미가 되어 중국인에게는 우리와 같은 의미가 아닌 '육체적인 단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단어의 의미가 축소화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공부라는 것은 학문을 익히는 두뇌의 단련뿐 아니라 모든 육체적인 단련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가 되는데 누구나 바라는 공부를 잘하는 것이란 결국 육체의 단련을 잘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중에 '생활의 달인'이라는 것이 있다. 각각의 분야에서 정말 대단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을 찾아 불가능해 보일법한 미션을 성공한 사람에게 달인의 칭호를 붙여주는 프로그램이다.
거기에 등장하는 달인들은 당연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하나같이 오랜시간 그 일을 반복적으로 해온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냐고 물으면 그저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특별한 비법은 없다고 말한다. 즉, 많은 시간 본인의 몸을 단련시켜 온 결과가 빚어낸 성과물인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일 자체가 하나의 '공부'인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부 잘하기를 바라지만 실제로 공부를 잘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흔히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두뇌의 단련 역시 신체의 단련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반복만이 달인이 되는 비결아닌 비결인 셈이다.
요즘 베이징에서는 올림픽이 한창인데 지난 주말 기분좋은 첫 금메달 소식이 있었다. 유도의 최민호 선수가 그 주인공이었는데 예선부터 결승까지 내리 한판으로 이겨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민호 선수의 경기를 직접 TV로 보면서 느낀건 저렇게 체구가 작은 선수가 상대방을 제압할수 있다는 것은, 더구나 한판으로 제압한다는 것은 기술뿐 아니라 엄청난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판으로 이긴 경기 모두가 특이하게도 일단 기술을 걸고나서 상대가 저항하면 다시한번 힘으로 제압하는 식이었는데 원래도 체력이 좋은 선수였다지만 그 괴력을 보면서 작은거인이라는 별명은 명불허전임을 알 수 있었다.
나의 이러한 생각을 확신케 한 결승전의 오스트리아 선수와의 한판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으며 이전까지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다시보기 어려운 최고의 유도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파이셔 선수를 들어메치기한 기술(MBC 해설위원은 '딱지치기' 기술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직업병인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이건 공학적으로 볼때 정말 대단한 기술이었다.
<출처 : http://www.cyworld.com/chanu9992 >
보통 단면은 휨모멘트가 증가함에 따라 길이가 짧은 쪽 방향이 긴 쪽보다 먼저 항복(또는 좌굴)하기 때문에 긴쪽으로 항복(좌굴)시키고자 한다면 휨모멘트가 훨씬 더 커야만 가능하다. 그 이유는 응력은 단면계수(S)에 반비례하고 단면계수는 휨모멘트 방향 길이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길이 차이가 약간만 나더라도 제곱이 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들어메치기 기술을 하더라도 레슬링의 대표적 기술인 옆굴리기 처럼 좌우로 메치는 것은 어느정도 가능해도 최민호 선수처럼 길이 방향으로 메치려면 단면계수가 커져서 좌우로 메칠때보다 힘(휨모멘트)이 엄청나게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민호 선수는 불가능할것처럼 보였던 그 기술을 힘으로 넘겨버렸다. 엄청난 공부량(훈련량)이 아니면 감당키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때마침 그날 오전에 유도 대표팀의 훈련일지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해 줬는데 그걸 보고나니 그들이 얼마나 혹독한 공부를 했는가 알 수 있었다.
그 프로그램 말미에 나온 한 선수의 말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줬다.
훈련(공부)을 하루 쉬면 내 몸이 먼저 알고
훈련(공부)을 이틀 쉬면 경기할 때 상대방이 먼저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훈련(공부)을 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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