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후략)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라는 시 입니다. 서두에서 거창하게, 혹은 뜬금없이 시 이야기를 한 이유는 지난 주말 캠핑 때문입니다.
간만에 2박 3일로 포천의 한 캠핑장으로 가족 캠핑을 다녀왔는데 기본 구성이라 할 수 있는 돔 텐트와 렉타타프 조합으로 세팅했습니다.
제가 2011년에 처음 캠핑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많은 장비를 바꿈질 해왔는데 첫 캠핑부터 지금까지 바꾸지 않고 계속 현역으로 사용중인 유이한 장비가 바로 사진속의 렉타타프(캠핑ABC 웨더마스터 st.)와 돔텐트(콜맨 웨더마스터 브리드돔 240)입니다.
사진에서도 그 기운이 느껴지지만 많이 낡고 색이 바랬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충일 밤부터 시작된 비와 바람으로 많은 분들이 캠핑을 취소하셨더랬죠.
제가 갔던 포천 일동면의 캠핑장은 비가 생각보다 많이 내렸지만 분지처럼 산 골짜기에 위치하여 바람이 생각보다 적게 불어 큰 불편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첫째날 저녁때 비가 조금 내릴때부터 텐트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 같더라구요. 처음에 결로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구요. 어디 심실링이 나간건가 했더니 전체적으로 플라이 스킨이 물을 먹으면서 새더라구요. 임시 방편으로 이너텐트와 플라이 사이에 미니타프 스킨만 얹어 이너 내부로 빗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았습니다.
다음날 오전에 비가 개었는데도 저녁때까지 스킨이 축축하게 젖어 발수가 안되더라구요. 모든 창을 개방하고 서큘레이터를 돌렸는데 100% 뽀송하게 마르지도 않았구요.
이 텐트로 말할것 같으면 2013년 7월 포천 영중면의 모 캠핑장에서 하룻밤사이 97mm라는 기록적인 폭우에도 무사히 버티고 같이 캠핑을 했던 지인 표현에 따르면 그 비를 맞고 아침에 손으로 툭툭 두어번 치니 전부 발수가 되는 기적(?)을 봤다던 텐트였는데(그 이후 지인이 웨마 270을 구입) 이젠 20mm 남짓되는 그 비에 스킨이 새고 발수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노쇠화 되었네요.
둘째날 밤 애를 재우고 와이파이님과 화로대 앞에서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며 그동안 다녔던 캠핑장과 거기서 있었던 특별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추억하다가 이제 240 텐트를 보내줘야 겠다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캠핑장에서 버리고 갈 수는 없으니 집에 돌아가서 종량제 봉투를 사다가 처리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철수하는 셋째날 텐트를 접다보니 플라이를 제외하고 이너텐트와 폴대는 너무 멀쩡한데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집에 와서 장비를 정리하다 혹시 몰라 웨더마스터 카페에 이너텐트와 폴대를 수리용으로 가져가실 분 있으면 드리겠다고 했는데 마침 집근처에 계신분이 연락을 주셔서 양도를 했습니다.
이미 단종된지 오래된 제품이고 신모델이 여러차례 나온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아직 현역으로 사용하시는 분이 예비용으로 가져가셨네요.
예전 사진을 들춰보니 장비도 멀쩡했고 저도 젊었는데 이젠 세월앞에 장사가 없네요. 언젠가 저도 240 플라이처럼 갈때가 오겠거니 하는 생각을 하니 뭔가 측은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게다가 요즘 나이탓인지 몸 여기저기서 보내는 이상신호를 느끼는 일이 잦다보니 더욱 텐트에 제 모습을 투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렉타타프는 아직 사용이 가능한데 자세히 보니 심실링 일부가 문제가 생겨 조만간 240의 뒤를 따라갈 날이 머지 않았다고 보여지네요.
장비를 추가로 구입할까 했다가도 아이가 커서 이젠 캠핑을 다닐 날도 얼마 안남았기에 이 장비들과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름을 접었습니다.
장비를 사고 바꾸는 것도 좋지만 있을때 잘 사용하시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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