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5. 23.)
언젠가 기술사 출제위원으로 대학교수와 실무에 종사하는 현직 기술사의 두 부류가 존재한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는데 이번 94회는 아마도 대학교수가 아닌 현직 기술사가 출제를 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1교시 부정정 강봉의 온도하중 문제야 어차피 단순한 1교시 수준이니 논외로 쳐도 2교시부터 4교시까지 매교시마다 교과서적인 계산문제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었고 전부 실전 응용문제만 나왔으니 논술에 손놓고 계산문제로만 근근히 연명하는 나같은, 비 엔지니어링업체 종사자에게는 말그대로 '양민학살'에 가까운 출제였다.
계산문제도 깔끔하게 떨어지는게 없고 조건도 하나같이 복잡하고 주어지는 강성이나 계수나 다 지저분하고 문제푸는 시간은 상당히 많이 소요되고 문제를 풀기전에 조건을 보다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아무튼 제대로 손한번 못써보고 완전 K.O패 당한 기분이다.
시험을 보고 나오며 문득 중국의 고전 노자(老子)에 나오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천지불인이란 직역하면 하늘과 땅이 어질지 않다는 말인데, 의역하면 자연은 인간에게 가차 없고 인정사정 없지만 자연 그대로의 소임을 다한다는 뜻이다.
예를들어 얼마전 발생한 일본 대지진에서와 같이 자연재앙이라는건 착한사람이나 나쁜사람을 가려서 닥치는게 아니라 인정사정없이 모든 사람에게 예외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 먹고 살아가고 자연에 의지해 살아간다.
시험을 보러 가기전에는 제발 내가 자신있거나 공부한 부분에서 많이 출제되길 바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희망사항일 뿐 출제위원들이 내는 문제는 응시자 개개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맞는 것이기도 하고.)
물론 모두의 상황과 조건은 천차 만별일테니 이번 94회와 같은 유형의 문제를 반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번 시험은 좋은 기회였을테고.. 기회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것이니 그 언제일지 모를 때를 기다리며 준비할 수 밖에..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천지불인에 비유한 내맘대로의 결론 :
출제위원의 문제는 어질지 않다. [出題委員之問題不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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