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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캠핑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캠핑에 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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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5.)



캠핑 초보자들은 비가 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바람이 부는 것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습니다만, 캠핑을 어느정도 해보신 분들이라면 오히려 우중캠핑의 낭만을 즐기고 바람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만큼 캠핑에 있어서 정말 위험한 것이 비보다 바람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계시기 때문이겠죠.


바람의 무서움은 비단 캠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위 영상은 1940년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타코마 내로우(Tacoma Narrow) 다리가 바람에 흔들리다가 붕괴되는 모습입니다. 거대한 교량이 바람으로 인해 마치 엿가락 휘듯 심하게 요동치다가 결국 붕괴되는 모습인데요. 우리나라도 아닌 외국에서, 게다가 아주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이라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 이겠지만 관련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타코마 교량의 붕괴는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 다리의 붕괴로 인해 교량과 같은 대형 구조물의 설계에서 비로소 바람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그 이전까지는 지진에 저항하는 내진(耐震)설계만이 관심사 였다면, 그 이후부터는 바람에 저항하는 내풍(耐風)설계가 관심사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각설하고 지난 주말 12호 태풍 나크리로 인해 캠핑장에서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또한 더욱 강력한 태풍인 11호 할롱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중이라는 우울한 소식마저 들려오네요.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한번쯤 캠퍼가 된다는 여름 휴가철 바람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어느정도의 대비를 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흔히 텐트와 타프에 대한 스펙을 말할때 내수압을 첫손으로 꼽는데 이는 비에 대한 대비를 위함입니다. 당연히 내수압이 높을수록 방수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겠죠. 가장 기본적 캠핑용품인 텐트와 타프에서 비에 대한 저항 성능은 대놓고 광고 하지만 바람에 대한 저항 성능을 광고하는 제품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언컨데 어떠한 텐트와 타프도 바람에 안전하게 저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람을 이야기할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풍속입니다. 보통 풍속은 m/s 단위로 표기하여 초당 몇미터를 움직이는가 하는 것을 나타내는데 일반적으로 m/s라는 단위는 피부에 금방 와닿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km/h 단위로 변환을 해보겠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1 m/s = 3.6 km/h 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소규모 구조물에서는 내풍설계를 하지 않습니다만 규모가 있는 구조물의 경우 내풍설계가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통상 설계풍속을 30m/s로 하는데 위 공식에 대입하면 108km/h라는 값이 나옵니다. 30m/s가 어느 정도의 빠르기인지 감이 오지 않지만 108km/h라고 하면 그 느낌이 금방 오실겁니다.


기상청에서 현재 날씨나 예보에 풍속도 알려주는데 m/s 단위로 표기되기 때문에 이것을 우리에게 감이 오는 단위로 변환하려면 3.6만 곱해주면 되는겁니다. 참쉽죠?


바람과 달리 태풍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는 헥토파스칼(hPa)이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hPa은 속도가 아닌 압력의 단위인데 압력은 다시 말하면 단위면적당 작용하는 힘을 말합니다.


바람은 결국 압력이 되는데 압력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단위면적당 작용하는 힘이므로 단면적이 클수록 바람에 의한 힘을 많이 받게 되고 단면적이 작을수록 바람에 의한 힘을 덜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거실형 텐트 보다는 돔텐트가, 렉타타프 보다는 헥사타프가 바람에 강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강하다는 것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 의미임)


또한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한 모양일수록 바람의 저항을 덜 받게 되는데 각진 형태보다 날렵하고 둥근 형태일수록 유리합니다. 항공기나 자동차 외관에 유선형이 많은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겁니다. 그러므로 캐빈형 텐트 보다는 돔텐트가, 타프스크린(타프쉘) 보다는 거실형 텐트가 상대적으로 바람에 유리합니다.


이를 종합해 본다면 크기가 작고 날렵한 텐트가 바람에 유리한데 시중에 출시된 텐트로 보자면 백패킹용 텐트가 크기가 아주 작고 유선형이기 때문에 바람에는 甲이라고 할 수 이겠죠. (100% 안전한 것은 아님) 또한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에어빔 텐트처럼 강성을 가진 폴 자체가 아예 없는 텐트도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 보여집니다.

 


제가 고등학교때 배운 시 중에 김수영 시인의 [풀]이라는 시가 있었습니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후략)


여기서 풀은 연약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민중을 상징하는데요. 강풍에 가로수나 큰 나무가 뿌리채 뽑혔다는 기사는 흔히 볼 수 있지만 풀이 뽑혔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보셨죠? 풀은 나무에 비해 단면적이 매우 작고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도 나부끼거나 눕지만 절대로 뽑히지 않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시에서 배우는 과학이랄까?



그렇다면 바람이 불거나 강풍이 예보되었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당연히 캠핑을 취소하고 집에 있는 것이 최고입니다. 하지만 심한 바람이 아니거나 어느정도 버틸수 있는 수준이라면 '스톰가드'를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톰가드가 뭐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신데요. 사진으로 보자면 이렇습니다.



 


지인의 알레그로 150D 설치샷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스톰가드만 봐주시고 다른건 못본척 해주시길. ^^ 노란색 원안에 있는 형광색 스트링이 바로 스톰가드 입니다.


 



이것은 콜맨 텐트 메뉴얼에 있는 스톰가드 관련 사항입니다.



대부분 캠퍼들이 텐트 설치시 스톰가드는 설치를 잘 안합니다. (저도 거의 안합니다.) 스톰가드에 대해 잘 몰라서 안하는 분도 계실거고 알아도 귀찮아서 안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또 바람이 불지 않는 맑은날에 스톰가드를 설치하는 것은 정력낭비이기도 하구요.


그러면 스톰가드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해주길래 바람에 저항을 하는 것일까요?





그림과 같이 왼쪽에서 화살표 방향으로 심하게 바람이 분다고 가정하면 원래 검은색인 아치 형상의 텐트 단면은 붉은색으로 찌그러질 겁니다.


텐트 폴 자체는 단면적이 작고 둥근 모양이라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만 모든 텐트의 폴은 스킨과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스킨 형상과 같이 변형을 하게 됩니다. 계속 변형하다가 강도를 넘어서게 되면 그때 부러지거나 휘면서 텐트가 같이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출처 : http://www.slrclub.com/bbs/vx2.php?id=free&no=31067045

 


대부분 캠퍼는 바람이 많이 불때 팩다운 갯수를 늘리고 좀더 깊이 박는데 정작 이러한 팩다운은 텐트가 뜨거나 움직이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이지 폴이 휘는 것은 보호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람을 직접적으로 받는 텐트 스킨을 스트링을 이용해 저항하여 궁극적으로 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스톰가드입니다.


 

 


그렇다면 스톰가드는 어떻게 설치하는 것이 좋을까요? 앞서 콜맨 메뉴얼 상으로는 텐트 본체 하단에서 1m 정도 떨어진 거리에 팩다운 하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바람(풍하중)은 수평하중으로 스톰가드의 역할이 수평하중인 풍하중에 저항하는 구조라면 가급적 텐트에서 멀리 팩다운한 뒤 연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억하시는 분이 계신지 모르겠는데 제가 예전 우레탄창에 관한 고찰글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각 θ가 작을수록 스톰가드 장력(T)의 수평분력이 커지고, θ가 커질수록 수직분력이 커지기 때문에 말이죠.


물론 캠핑장마다 사이트 구획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구획내에서 가능한한 멀리 떨어진 곳에 팩다운을 하고 스톰가드를 연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아울러 스톰가드는 많을수록 하중에 분산되어 저항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쓸모가 없을지라도 바람부는 날에는 다다익스톰가드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가 하는 캠핑은 자연을 향한 도전이 아닌 순응이며 순응 속에서 즐기는 유희입니다. 더구나 가족을 동반한 야외활동이므로 시시각각 변화는 기상상황에 늘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비하여야 합니다.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가족의 건강과 안전은 고가의 장비보다 우선되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구요.


우리나라 기후의 특성상 비와 바람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습니다.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지만 캠핑에 있어서 바람은 '즐길수 없으면 피하라'가 정답입니다. 항상 안전하고 즐거운 캠핑생활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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