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책과 영화

리더는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 김성근

개살구 2018. 2. 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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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3. 28.)





지난주에 우연히 김성근 감독님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구입해 주말동안 읽은 책이다.


살면서 존경하는 인물이 딱 두명 있는데 한분은 도올 김용옥 교수이고 다른 한분은 야신 김성근 감독이다. 도올은 이미 내 블로그 카테고리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의 강의와 저서는 거의 다 갖고 있을 정도이다. 20대 초반 우연히 알게 되어 성인이 된 직후 내 가치관과 사상의 전반을 관통한 것이 도올이었다면, 30대 초반 알게 되어 지금까지 내 머릿속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김성근 감독이다.


기회가 된다면 서로 공통점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두 분에 대한 이야기를 쓸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스케일이 좀 커지는 문제라 일단은 보류해 두겠다.

 


이야기 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간단히 말해 인천 사람으로 어려서부터 인천 야구를 응원하던 내가 2000년대 초반 현대 유니콘스 사태로 야구를 끊었다. 그러나 2007년 SK 와이번스의 우승과 함께 다시 야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 2011년 8월 25일까지 거의 모든 경기를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SK 와이번스의 야구에, 아니 김성근 감독의 야구에 열광했고 빠져들었었다.


고향을 연고로 한 특정 팀에 관심을 갖다가 만년 꼴찌의 이미지로 각인된 팀의 괄목상대 할만한 변화가 생겨났고 그 변화의 중심에 김성근 감독이 있음을 알게 되어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던중 나도 모르게 속칭 '빠'가 되어버린 것이다.


제목만 봐서는 요즘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류의 서적같지만 내용은 그가 야구팀의 지도자로, 감독으로 걸어온 인생에 대한 회고이다. 아울러 제자들이 직접 기록한 에피소드 형식의 편지가 함께 실려있어 김성근 감독의 SK 재임당시 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팬들이라면 더욱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이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사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워낙 자신만의 색깔이 강하고 남들이 흉내내지 못할 치밀하고 분석적인 야구를 하다보니 나조차도 때로는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나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고나면 자연스럽게 그 혜안에 고개가 숙여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나는 야구를 통해 단순한 공놀이가 아닌 인생을 배웠다. 항상 절박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과 공 하나에 두 번은 없듯(一球二無)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인내라는 것은 무작정 참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찾아올 기회를 위해 끊임없이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2000년대 후반 왕조를 건설한 인천야구가 이제는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이 한때의 아련한 추억이 되었고, 스포츠라는 한없이 순수한 줄 알았던 분야에 더러운 정치질과 승부조작 등이 개입되었다는 불편한 사실을 알게 되어 또다시 프로야구판에서 등을 돌렸지만 기회가 된다면 팀을 떠나 다시한번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봤으면 좋겠다. 아울러 그가 젊은시절 일본에서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며 결심했다는 국가대표 감독의 꿈도 꼭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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