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책과 영화

김성근 그리고 SK와이번스 - 김정준, 최희진 공저

개살구 2018. 2. 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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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4. 10.)





이 책의 저자중 한명인 김정준 前 전력분석코치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전력분석의 일인자로 꼽히는 사람이지만 사실 김성근 감독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먼저 따라붙는 인물이다. 그 역시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지만 입스(yips,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로 몹시 불안해하는 일종의 강박관념)로 인해 짧은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전력분석이라는 미개척 분야를 선택해 성공한 특별한 케이스이다.


저자가 밝히듯이 이 책은 단순히 아버지를 향한 존경과 애정을 고백하는 아들의 연서가 아닌 전력분석코치의 눈으로 본 김성근 야구에 대한 해설서이자 후배 야구인이 야구 감독 김성근에게 바치는 헌사다.


과거 포스팅했던 글에서 쓴것과 같이 나는 오래된 인천야구의 팬 가운데 한명으로써 2000년대 초반 현대 유니콘스 사태때 완전히 정이 떨어져 한동안 야구를 끊었다가 2007년 김성근 감독이 SK 와이번스에 부임하고 우승을 하면서 서서히 관심을 갖게되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빠져들어 거의 모든 경기를 중계 혹은 직관하며 SK 와이번스의 야구를, 아니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누구보다 열렬히 응원하고 지지했다.


별볼일 없던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왕조'라 불릴만한 성적을 냈음에도 구단 고위층과 프런트가 순수한 실력이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팬들의 요청과 아우성에도 눈감고 귀닫아 우승감독을 내치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혀 또다시 타의에 의해 야구를 끊어야 하는 '인천야구팬'의 불행한 운명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답답하다.


2007년부터 2011년 8월 18일 까지 1769일간 인천야구팬의 행복했던 그시절은 아마도 한동안, 어쩌면 두번다시 오기 힘드리라 생각된다. 그래도 1908년(순종2년) 이후 우승을 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의 팬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하지만 무수히 해고당한 김성근 감독의 잡초같은 야구 인생은 고양원더스라는 독립리그에서 여전히 진행중이다. 그를 지켜보는 팬으로써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1군 리그에서, 그것도 내가 응원하는 팀에서 다시 볼 수 없다는게 서운하고 아쉽지만 말이다.


이젠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린 행복했던 시절. 보고 있어도 보고싶다는 노래 가사처럼 그는 여전히 현역에서 자신의 야구를 펼치고 있지만 나는 그의 야구가 무척이나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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