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베개 - 장준하
(2010. 8. 18.)
이 책은 1944년 일제의 학병으로 끌려간 저자가 동지 몇명과 함께 탈출에 성공하여 임천의 중국군에 가담하고 독립운동을 위해 중경 임시정부를 찾는 과정, 그리고 광복이 되던 1945년까지 약 2년여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된 회고록이다.
돌베개라는 제목은 성경의 창세기 28장 10~15절에 나오는 야곱의 돌베개 이야기에서 따온 것으로 그가 가족에게 일군에서의 탈출을 암시한 일종의 암호요, 탈출후 중경 임시정부 까지 가는 고난의 과정이요, 또한 저자의 신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저자가 쓰카다 부대에서 탈출을 계획하며 자신의 탈출로 인해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장면에서는 자신의 칼로 처자식의 목을 베고 황산벌 전투에 출정한 계백 장군이 떠올랐고, 독실한 기독교인임에도 오로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중국 중앙군과 한국 광복군, 그리고 미국 OSS에 가담하는 장면에서는 혁명을 위해서 폭력도 불사한 체게바라가 떠올랐다.
이 책을 통해 불과 60여년도 되지 않은 우리의 역사임에도 현대사에 무지한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고 일깨우는 과정이 되었다. 또다시 나라를 빼앗기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고자 했던 저자의 선각자적인 모습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김구 선생, 이청천, 이범석 장군, 신익희 선생 등 역사적 인물로만 알고있던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이 저자의 회고를 통해 생생하게 만날수 있으며 동료 김준엽과의 생사고락을 함께한 우정은 참으로 눈물겨운 것이었다.
해방의 혼란속에서 모두가 하나로 뭉쳐 독립된 민주공화국을 건설하고자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여러 파벌과 이념으로 분열되어 조국을 위함보다는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직의 세력확대에만 몰두한 사람들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청산되지 않은 역사의 잔재와 친일문제가 얽혀있음은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