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지퍼 수리기
얼마전 경량텐트 하나를 중고로 구입했습니다. 그전부터 영입하려고 어플에 키워드 알람까지 걸어놓고 있었는데 매물이 자주 나오는게 아닌데다 타지역이다보니 판매자들이 택배판매를 꺼리는 관계로 마땅한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런데 일이 풀리려고 하다보니 같은 지역 자치구의, 그것도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의 곳에서 판매하는 매물이 올라오길래 바로 연락을 해서 만났습니다. 게다가 비슷한 상태의 매물 시세(?) 대비 5만원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말이죠.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이유는 플라이 지퍼 한쪽이 고장나서 판매자가 자가수리를 했는데 제짝이 아닌 비슷한 지퍼로 교체를 하다보니 사용상 큰 문제는 없는데 뻑뻑하니 혹시 반품의 우려가 있어 직접 자신의 집으로 와서 매물을 확인한 뒤 사는 조건이었습니다.
양쪽 대칭형태의 텐트이므로 반대쪽으로 출입을 하면 되고 정 안되겠으면 수리를 받더라도 그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에 쿨거래를 마쳤습니다.
사진과 같이 텐트 지퍼라면 당연히 이중지퍼를 사용해야 함에도 자가수리를 하다보니 단면지퍼로 교체를 해서 안쪽에서 플라이 지퍼를 열고 나가기 굉장히 불편했고 끝부분을 바느질로 마감한 상태였습니다. 지퍼 사이즈가 미세하게 상이해서인지 열고 닫기가 굉장히 뻑뻑한 상태였구요.
그래도 반대편 지퍼를 이용하면 되니 크게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생각한대로 에어리스팝 240 사이즈가 맞춤처럼 딱 들어맞는, 제가 원하던 알맞은 크기였습니다. 당연히 가족 모두 텐트에 만족을 했구요. 그런데 문제는 두번째 캠핑 후 철수과정에서 발생하였습니다.
위 사진과 같이 정상적인 플라이 지퍼에는 끈으로 된 손잡이가 달려있는데 안쪽에서 끈을 잡고 당기다가 지퍼 크라운 부분이 일부 끊어지면서 끈이 떨어져 나간 것입니다. 이게 다른건 다 괜찮은 편인데 유독 지퍼쪽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종특인지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 양쪽 모두 지퍼에 문제가 생겼으니 문제없이 사용하려면 수리가 필요해졌습니다.
폭풍검색을 해보니 지퍼 바디부분을 나사식으로 결합하는 수선용 키트도 판매하긴 하는데 정확한 지퍼 사이즈를 알수가 없는 상태이며 해당 키트는 직구를 해야해서 배송이 너무 오래걸리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설명처럼 깔끔하게 자가수리가 된다는 보장도 없었구요.
그렇다고 일반 옷 수선하는 곳에 가서 수선을 하자니 지퍼를 뜯어내고 교체를 할 수도 있어서 그렇게 되면 플라이 심실링 부분이 망가질 우려가 있어 선뜻 맡기기 꺼려지더라구요.
계속 검색하다보니 집에서 가까운 김포쪽에 텐트 수선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어 블로그 내용을 쭉 둘러보다보니 지퍼 수리라는게 슬라이더만 교체하는 것은 간단한데 의외로 지퍼 이빨까지 같이 교체해야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게 되면 수리 비용이 비싸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수 있겠더라구요.
어찌되었든 텐트 수리 전문점이라고 하니 믿고 맡길수 있을것 같아 전화를 해보니 왠일인지 더이상 텐트 수선은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또다시 검색. 역시 집에서 가까운 부평쪽에 2대째 의류 부자재를 판매하고 리폼을 해주는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반 수선집에서 못고치는 것이라도 다 고친다니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의류가 아닌 텐트 수선은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제조사에 AS를 맡기자니 집에서 거리가 멀어 택배로 주고받아야 하는데 당장 캠핑 일정이 잡혀있어 시간이 안맞을 것 같아 다시 검색을 하다보니 서울 광장시장에서 지퍼만 40년 넘게 전문적으로 수리하시는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서 두번의 실패(?)를 맛본터라, 게다가 텐트 전문이 아닌 곳이라 조심스럽게 연락을 드렸고 제 설명을 들으시더니 선뜻 한번 가져와 보라고 하시더라구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raw_pg.aspx?CNTN_CD=A0002598114
당직후 휴무일 아침에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고 가니 한시간 남짓 걸리더라구요. 설명해주신 대로 가게를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할아버지께서는 병원 검진차 출타중이셨고 할머니만 계셨습니다. 텐트 상태를 설명드리자 바로 수선을 해보겠다며 이리저리 만지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할아버지가 오셔야 할 것 같다고. 자기가 해보려고 했는데 안되겠다고.
뭔가 불안한 마음이 커지기 시작했고 할아버지께서는 언제쯤 오시냐고 여쭤보니 서너시간 후에 오시니 그때 다시오라고 하시더라구요. 일단 플라이는 거기에 맡겨두고 근처에서 근무하는 지인과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책도 좀 보며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방문을 했습니다.
말씀대로 할아버지께서 돌어오신 후였고 이미 수리를 끝내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뭔가 잘못된건 아닐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지퍼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지퍼는 말끔하게 수리되어있었고 심실링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다만 지퍼가 텐트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이중지퍼가 아닌 양면점퍼에 사용하는 양면지퍼로 교체를 해주셨더라구요.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 그건 상관없었습니다. 그리고 지퍼가 빠지지 않게 멈추는 역할을 하는 Bottom Stop도 설치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반대편 윗쪽에 Top Stop도 설치를 해주셨다고 이야기 해주시더라구요. 생각보다 깔끔한 처리가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오랜기간 지퍼만 수리해오신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궁금했는데 직접 보지 못한게 약간의 아쉬움이랄까요.
수리가격은 한쪽 만원씩 양쪽 합쳐 2만원이었습니다. 발품을 팔아 찾아와 수리해서 돌아가니 가격도 그정도면 수긍할만한 수준이었구요.
만족스러워 하는 제게 할아버지는 소개좀 부탁한다며 명함을 주셨습니다. 할아버지 연세가 팔순이 넘으셔서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 하실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지퍼에 문제가 생긴다면 무조건 광장시장으로 달려가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