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용 스트링라이트 구매에 관한 고찰(LED 인치구를 중심으로)
캠핑을 다닌지도 어언 십년. 당시엔 잘나가는 신상이라고 산 장비가 이젠 낡을대로 낡아빠진 것은 물론이요, 유행을 눈꼽만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올드패션이 되어버린 것 때문인지 얼마전 모처럼 나갔던 캠핑장에서 와이파이님이 '이제 챙피해서 캠핑을 못다니겠다'라고 선언을 해버렸습니다. 팍팍한 일상에서 저에게 유일한 즐거움인 캠핑을 못다니겠다니 청천벽력이 따로 없네요.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지는 못해도 최소한 엇박자라도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청구에 급한대로 남들 다 한다는 감성캠핑의 기본 장비인 스트링라이트를 영입하기로 결심합니다.
전기를 모르는 '전알못'인데 뒤늦게 요즘 핫하다는 감성등을 알아보니 종류는 많고 생소한 용어들은 또 뭔소린지 도무지 알수가 없습니다.
한참을 검색해보니 스트링라이트는 건전지를 사용하는 앵두전구부터 USB 보조배터리 겸용의 코튼볼, 그리고 교류전원을 사용하는 LED 전구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소모품인 건전지를 자주 갈아끼우는 번거로움보다는 220V에 직접 연결하는 LED 전구를 구입하는게 낫다고 결정하고 또다시 폭풍검색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LED 전구에도 종류가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말인즉슨 또다른 고민지옥에 빠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지요.
기본적인 LED 전구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재질입니다. 필라멘트 전구 대비 소비전력은 1/10 수준으로 낮췄지만 밝기와 수명을 늘린 획기적인 제품입니다. 일반적으로 색온도가 높고 밝은 주광색의 선호빈도가 높고 캠핑용 LED 램프도 초기에는 주광색을 많이 사용하였으나, 최근 감성캠핑 바람을 타고 색온도가 낮고 밝기는 떨어지지만 따뜻한 느낌의 전구색이 각광받는 추세입니다.
기왕 감성으로 가기로 한거 선택의 여지없이 무조건 전구색으로 갑니다. 전구 색상을 간단하게 결정하고 나니 두번째로 전구의 소켓 규격을 결정해야 합니다. 소켓 크기는 일반적으로 베이스(Base)라고 하는데 예를들어 'E26'이라고 하면 소켓의 지름이 26mm라는 뜻입니다. 이때 'E'라고 표기한 것은 베이스가 스크류타입(돌려 끼우는 타입)임을 뜻합니다.
가장 많이 쓰이는 소켓 사이즈가 E26이라고 하니 저역시 실패할 확률이 적은 E26으로 결정합니다. 소켓 규격을 결정했으니 세번째로 와트수(W)라 불리우는 소비전력을 선택할 차례입니다. 저는 기존에 무려 LED 210발 짜리의 캠핑용 LED바를 사용중인데 그 밝기를 포기하고 감성으로 가는 것이므로 가급적 와트수가 낮은 제품을 골라봅니다.
여기서 에디슨 전구와 인치구(인찌구, 인지구)라는 네번째 선택지가 생깁니다. 에디슨 전구는 필라멘트를 발명한 에디슨에서 그 이름을 차용한 것으로 필라멘트 전구와 재질과 색상(전구색), 그리고 모양은 동일하지만 필라멘트를 LED로 대체한 전구를 말하며, 인치구는 유리 표면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한 것을 말합니다. 물론 인치구 중에서도 유리 전구가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칩시다.
요즘 분위기 좋은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저런 조명은 기본으로 깔고 갑니다. 무심한 저조차 예쁘다고 느낄 정도니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오죽할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예쁜 조명들 홍수속에 살고 있죠. 좀더 검색하다 보니 LED 밴딩램프라는 제품도 있는데 거의 감성의 끝판왕 입니다.
캠핑용이라면 무엇보다 운반이 수시로 이뤄지므로 파손의 위험이 매우 큽니다. 심정적으로야 에디슨 LED 전구나 밴딩램프로 가고 싶지만 표면 재질이 유리다 보니 파쇄석 사이트를 자주 가는 입장에서 감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에디슨 LED 전구를 캠핑용으로 가지고 다닌다는 분의 후기를 보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GG 입니다. 결국 차, 포를 떼고나니 남은건 LED 인치구 입니다.
동일한 종류의 전구라면 밝기는 와트수에 비례합니다. 보통 온라인의 전구 판매 상세페이지에 와트수는 표기되지만 밝기인 루멘(lm, Lumen)은 표기되지 않는게 대부분 이더라구요. 그렇기 때문에 와트수로 비교하는게 좋은데 E26 베이스를 사용하는 인치구 중 가장 적은 와트수는 3W더라구요.
이제 전구를 매달 스트링라이트(일명 연등선)을 선택합니다. 소켓 규격은 앞서 설명한대로 E26으로 결정했고 전선의 길이와 매달 전구의 갯수를 결정하면 됩니다. 보통 3m, 5m, 10m로 파는데 캠핑용으로 구입한 분들의 후기를 보니 대부분 10m 10소켓으로 한 분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습니다. 스트링라이트에도 방수형, 전선 굵기 등에 따라 종류가 많지만 이건 넘어갑시다. 전구와 스트링라이트가 결정되었으니 각각 인터넷 최저가로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립니다.
마침내 캠핑장에서 타프의 지붕선에 스트링라이트를 매달고 초저녁 무렵부터 점등을 해봅니다. 듣던대로 전구색 LED 인치구의 은은한 불빛에 없던 갬성도 터져나옵니다. 후기에서 본 것처럼 10m 10소켓 스트링라이트가 딱이네요. 와이파이님도 만족스러운 눈치입니다.
마침내 어둠이 찾아오고 불멍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초저녁에는 느끼지 못했던 3W 인치구의 밝기가 어둠과 함께 묻고 더블로 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루미에르 랜턴처럼 밝기를 포기하고 감성만 느끼고자 했는데 밝기가 생각보다 강해 뭔가 2% 부족하다고나 할까요. 캠핑장 주변을 둘러봐도 우리 사이트 처럼 밝은 스트링라이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캠핑에서 일상으로 돌아와 또다시 검색을 시작합니다. 3W 보다 적은 와트수(1W, 2W)의 인치구를 찾긴 찾았는데 어렵게 찾아내면 재질이 유리이거나 아니면 소켓 규격이 E26이 아니라 탈락. 또 어렵게 찾아내면 전구색은 없고 주광색만 있는 제품. 그렇게 이틀동안 구글링을 한 끝에 결국 제가 원하던 2W 짜리 플라스틱 재질의 전구색 인치구(E26)를 발견합니다. 유레카!
제품 후기에는 대부분 취침등 용도로 구입했는데 기존 취침등이 너무 밝아 이 제품을 어렵게 찾아냈고 만족한다는 내용이더라구요. 저처럼 캠핑용 스트링라이트로 구입한 사람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 밝기 비교를 위해 거실에 스트링라이트에 각각 전구를 연결하고 점등해 봅니다.
일주일만에 또다시 찾아온 캠핑의 시간. 장비를 몇개 바꾸고 감성을 한스푼(?) 살짝 더하니 와이파이님도 출정이 그다지 싫지 않은 기색입니다. 거실에서 수행한 밝기 테스트를 알리 없는 와이파이님은 새로산 2W 전구 모양이 이상하다는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지만 어두워지면 불빛만 보이지 전구 모양은 의미없다고 흰소리를 칩니다.
이론적으로 3W 전구의 2/3 수준의 밝기인데 체감상 절반정도의 밝기라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른 사이트의 캠퍼들이 오며가며 흘끗 쳐다보는 이유가 아무래도 갬성 스트링라이트 때문이 아닌가 혼자 말도안되는 상상을 합니다. 이제 남은 숙제는 3W 전구 10개의 처분입니다.
1줄 요약 : 1회 사용한 LED 전구 10개 필요하신 분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