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살구 2019. 4. 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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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나는대로 두서 없이 올려봅니다. 

 

면접장소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위치한 한국산업인력공단 서울지역본부 5층 입니다. 예전에는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구)한국산업인력공단 본부에서 봤다고 들었는데 최근에는 서울지역본부에서만 보는것 같네요.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탄 뒤 회기역까지 간 다음 마을버스로 환승하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긴 여정이었습니다. 인천에 살기 망정이지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분들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요.

 

보통 면접은 10시 입실, 12시 30분 입실, 15시 입실 이렇게 3회에 걸쳐 있다는데 저는 금요일 두번째 시간인 12시 30분 입실이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주변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제가 시험본 날은 토질 및 기초기술사, 공조냉동기계 기술사, 건축기계설비 기술사 등 다른 종목이 섞여있었습니다.

 

면접 시험을 보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 중 하나가 복장이었습니다. 양복이 없기도 하거니와 세미 정장 식으로 깔끔하게 입고가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막상 면접장에 가서 보니 딱 한분 청바지에 남방 차림으로 오신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아마도 엄청 후회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진짜 거기서 보니 튀어도 너무 튀더군요. ㅎㅎ

 

평소 양복은 입을 일이 없는데 면접때문에 새로 사자니 뭔가 아깝고, 그렇다고 결혼할때 비싸게 주고 구입했던 양복은 몇번 입지 않아 깨끗하고 사이즈도 아직 맞지만 10년도 더 지난 옷이라 스타일이 너무 예전꺼라 이상하고, 결국 한 6년전쯤 홈쇼핑에서 1+1으로 구입한 싸구려 양복을 옷장에서 꺼내보니 몇군데 곰팡이가 피었더라구요. 그거라도 드라이 해서 입고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드라이를 해서 입고보니 상의는 괜찮은데 바지통이 왜그렇게도 넓은지... 와이프가 못봐주겠다며 좋은걸로 당장 하나 사자고 했는데 제가 한사코 거부했습니다. 이번에는 이걸로 보고 혹시 떨어지면 여름양복이 필요하니 그때 새로 사자고.

 

오랜만에 안입던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정장구두까지 신으니 여러가지로 불편하더라구요. 넓은 바지통은 돌아올때 까지 내내 거슬렸구요. ㅎㅎ

 

 

면접장에는 총 10개의 면접 부스가 있는데 면접관은 총 3분이며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한 타임마다 각 부스별로 7명 정도씩 면접을 보게됩니다. 저는 6번째 수험자였고 첫번째 대기실에서 핸드폰을 제출하면 비번호 명찰을 부여받습니다.

 

첫번째 수험자들이 입장할때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떨리더라구요. 긴장하지 말자, 마음을 비우자 등등 면접 준비기간 동안 마인드 컨트롤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이 되는건 어쩔수 없나 봅니다.

 

그래도 3번째 수험자들이 들어갈때부터는 조금 진정이 되었고 막상 제 차례가 될때는 더 담담했습니다. 심장이 약하신 분들이 우황청심환도 드신다고 하니 뭐...

 

면접관은 3분이며 가운데 계신분이 보통 대학교 교수님이고 좌장이라는 것은 사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좌장을 A 면접관, 왼쪽에 계신분을 B 면접관, 오른쪽에 계신분을 C 면접관이라고 하겠습니다.

 

B 면접관이 가장 젊어보였고(50대 중반) A 면접관과 C 면접관은 60대 이상으로 보였습니다. C 면접관이 관련 업계에 계신분으로 보였는데 B 면접관은 그분들끼리 이야기 하는 걸로 봐서는 교수님 같았습니다.

 

면접관께서 하신 질문이 100% 기억이 나지않지만 기억나는 대로 기록해 봅니다.

 

 

- A : 기술사 1차 시험 합격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개살구 : 고맙습니다.

 

- A : 본인이 그동안 수행한 업무중에서 인상깊었던 구조 관련 업무랄까. 이력이랄까. 짧게 2~3분 내외로 설명해보세요.

 

 

2차 면접시험 접수 시 수험자의 이력카드 작성시 작성한 내용대로 답변을 했습니다. 자기소개를 한다는 것을 시험보기 몇일전에 인터넷 검색하다가 알았는데 부랴부랴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연습을 했던게 유효했습니다.

 

저는 이력카드 작성시 안전점검 및 안전진단 용역, 교량의 보수.보강공사 업무 수행 경력으로 주로 작성을 했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 B : 안전점검 업무를 많이 하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안전성'이란 무엇인지 설명해보세요.

 

제대로 된 첫번째 질문이 너무 추상적이고 준비를 안한거라 순간 멘붕이 왔습니다. 정확하게 뭐라고 설명한지도 모르겠는데 어버버 하면서 짧게 말씀을 드리고 끝맺었네요. ㅠㅠ

 

- B : 그게 끝인가요? 너무 짧은데...

 

순간 이거 이 면접 이대로 끝이구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더군요.

 

 

- B : 그러면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설명해 보세요.

 

- 개살구 : 탄성 반발설과 판 이동론 등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탄성 반발설은 단층 주변에 축적된 에너지가 임계점을 넘어섰을 때 지진이 발생하며, 판 이동론은 멘틀 위에 있는 각각의 판들이 서로 다른 방향과 속도로 이동하면서 일본과 같이 판 경계에 있는 지역에서 마찰에 의해 발생하게 됩니다.

 

- B :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해 어떻습니까? 안전합니까?

 

- 개살구 : 과거에는 판 내부에 위치하여 안전지대라 생각했는데, 2017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 등 더이상 안전지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포항 지진 관련하여 면접 예상질문으로 미리 공부한 내용)

 

- B : 우리나라가 속한 단층? 지각?(정확히 기억안남) 은 몇만년 전에 생성되었나요?

 

- 개살구 : (당황하며) 그 부분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 B : (웃으면서) 쥐라기 시대에 생성되었고 20만년?(정확히 기억안남) 전에 생성되었습니다.

 

- 개살구 : 네. 알겠습니다.

 

- A : 본인이 안전점검 업무를 수행하면서 교량에서 발생한 파손사례 등 인상깊었던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세요.

 

- 개살구 : 교량 신축이음에서 가장 흔한 결함이 발생합니다. 신축이음은 교량의 입지조건이나 차량 통과빈도 등을 고려하여 설계해야 하는데, 모 교량의 경우 산업단지 주변에 위치하여 중차량의 통과가 빈번함에도 고무재질의 트랜스 플렉스를 시공하여 중차량 통과로 너무 빨리 파손되어 강성이 큰 강재 핑거형 신축이음으로 교체한 사례가 있었습니다.(면접 예상 질문으로 미리 준비)

 

- A : 신축이음장치에서 그러한 파손이 발생하는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 개살구 : 온도변화에 따른 변형량 발생, 차량에 의한 충격하중, 교대의 측방유동 현상, 우수 침투에 의한 열화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 B : 핑거형 말고 선형으로 된 신축이음 장치도 있는데 그건 어때요?

 

- 개살구 : (정확한 명칭이 기억안났고 집에 와서 찾아보니 앵글보강 조인트를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 그건 우수의 침투가 용이하여 하부구조의 열화가 심한 단점이 있다고 아무말 대잔치 시전..

 

- A : 교량 받침에서도 파손이 많이 일어나는데 그런 사례는 없었나요?

 

- 개살구 : 상부구조의 회전이나 강교의 경우 용접불량에 따른 응력, 상부구조와 교량받침의 도심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편기현상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파손이 발생합니다.(면접 예상 질문으로 미리 준비)

 

- A : 교량받침이 파손된 경우 어떻게 보강하나요?

 

- 개살구 : 유압잭 등으로 상부구조를 인양한 뒤 파손 상태에 따라 부분적으로 보수를 하던지 전면적으로 교체를 하게됩니다. 다만 공용중인 교량의 경우 보수보강 공사에 따른 차량 통행금지가 수반되므로 민원발생의 소지가 높아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보강이 가능한 공법 위주로 선정합니다.

 

- B : 일하시는 지역이 어디십니까?

 

- 개살구 : 인천입니다.

 

- B : 그러면 인천의 대표적인 교량이라 할 수 있는 인천대교와 영종대교에 대해 인천사람으로 자랑도 할겸 구조적 관점에서 비교 설명해보세요.

 

질문의 연관성이 너무 뜬금없어 솔직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라는 유명한 짤이 떠올랐습니다.

 

- 개살구 : 인천대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사장교로 어쩌구 저쩌구(기억안남)... 인천항에 유입되는 대형 선박의 출입을 위해 경간장을 늘렸고.... 어쩌구 저쩌구... 영종대교는 인천대교와 달리 현수교이며 특이하게 복층형 교량으로 철도교와 도로교(도로교라는 쉬운 단어가 갑자기 생각안나 한참을 버벅거림) 두가지가 존재하며 3차원 케이블 방식의 자정식 현수교 입니다.

 

- C : 보수.보강 공사를 많이 하셨다고 했는데 보수와 보강의 차이는 뭔가요?

 

- 개살구 : 보수는 결함의 진전을 막고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며, 보강은 결함의 진전 방지 뿐 아니라 구조적 내하력을 원래 상태 이상으로 향상시키는 것입니다. (면접 예상질문으로 미리 준비)

 

- C : 교량에서 부반력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가 뭐죠?

 

이 질문을 받았을때 솔직히 너무 고마웠습니다. 다른건 이력과 관련하여 예상질문으로 준비했다 쳐도 이것도 혹시나 하고 하나의 예상질문으로 준비한건데 나왔기 때문입니다.

 

- 개살구 : 주로 사교와 곡선교에서 발생하며 곡선반경의 영향으로 내측보다 외측에 반력이 집중되기 때문에 내측에서 부반력이 발생하고, 대책으로는 내측에 카운터 웨이트를 설치하거나 바깥쪽에 브라켓 등으로 추가지점을 설치하는 방법, 또는 전도방지 거더를 설치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때 A 면접관께서 어떤 종이에 뭔가를 적는 것이 보였는데 아마도 채점 점수를 매기는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답변을 하면서도 그쪽으로 자꾸 신경이 쓰이더군요. ㅎㅎ

 

- C : 보강공사 설계를 할때 내하력(정확히 기억안남)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습니까?

 

- 개살구 : 재하시험을 통해 최대 응력과 변형량 등을 실측하여 설계조건과 비교하여 안전측에 있는지 검토를 해야 합니다.(면접 예상질문으로 미리 준비)

 

- C : 아니 내말은 그게 아니라 처음에 하자가 발생한 뒤 어떻게 원하는 강도값을 갖도록 설계를 하느냐는 말이에요. 지금 이야기 한건 보강공사 후의 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구요.

 

- 개살구 : 아.. 네.. 그건... 어버버버...

 

- C : 현실적으로 없어요. 안해요. 그쪽으로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도 없어서 공사하는 사람들이 대충한단 말이야. 설계부터 전문적으로 해야하는데. 그게 우리나라 법의 맹점이에요.

 

- 개살구 : (뭔지 모르지만 일단 적극 호응하며) 아.. 네네. 맞습니다. 그렇죠..

 

- C : 그런 현실이 답답해서 내가 질문드려 본거에요.

 

- 개살구 : 네.. 잘 알겠습니다.

 

- B : 어느새 20분이 넘게 흘러갔네요. 이제 돌아가셔서 안전관리, 보수보강 공사 잘~~~~ 하세요.

 

- 개살구 : 네. 고맙습니다.

 

 

20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금방 지나갔고 내가 잘 모르는 질문들이 나올까봐 걱정했건 것과는 달리 대부분 공부했던 아는 주제로, 그리고 예상질문으로 선정했던 것들이 많이 나와서 평이했다고 생각되네요.

 

글로 적어놓은걸 보니 엄청 깔끔하게 답변한 듯 보이지만 막상 답변할때 많이 버벅거리기도 하고, 말도 중간중간 꼬이고, 주어와 서술어도 맞지 않았을거고 면접관 입장에서 보자면 부족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면접관 마다 다르겠지만 제가 면접을 본 면접관 분들은 이력카드에 기록한 자격취득사항이나 경력사항은 아예 안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500자 이내로 기록하는 실무경험을 유심히 보고 계속 그쪽으로 질문하는 걸로 봐서는(물론 B 면접관은 이것저것 막 질문을 던짐)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도 하나의 수험 전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예상전략을 잘 짰고 준비한 부분에서 많이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이라는 돌발상황과 임기응변을 테스트 하는 것은 역시나 어려웠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글로 표현하는 1차 시험과 달리 머릿속에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2차 시험은 또다른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도 새삼 느꼈구요.

 

평소에도 말이 빠르고 흥분하면 더 말이 빨라지는 터라 최대한 말을 천천히 하는 연습을 했음에도 중간중간 말이 빨라지고 있음을 느낄정도로 미숙한 부분들이 있었고, 이런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후회와 반성도 들었습니다만 이건 저만 느끼는게 아니라 모든 수험자들이 그럴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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