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윰

남북 정상회담 단상

개살구 2018. 4. 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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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우리 역사의 기념비적 사건이라 할만한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미 2000년과 2007년 두차례 정상회담이 있었고 이번이 그 세번째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의 정상회담이 가장 인상깊었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


TV로, 인터넷으로 실시간 두 정상의 솔직한 모습을 언론의 편집없이 그대로 볼 수 있다는 현실이 믿겨지지 않았고 불과 1년전까지만해도 전쟁의 위험까지 있던 과연 그 한반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이야기가 하루종일 계속되었다.





설레는 발걸음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자 서두르는 모습이 역력한 누군가와 또 이런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기다리는 뒷모습.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진 한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두 정상 사이에 놓인 높이 폭 50cm, 높이 5cm의 군사분계선.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문턱인데 저것을 넘기가 그리도 어려웠을까. 


저 문턱을 넘어가면 한쪽은 대한민국이요, 다른 한쪽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니 선 하나에 한민족이 갈라서서 산 세월이 700여년 가까이 되어간다니 참...





어린시절 나는 가끔씩 성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것일까라는 상상을 했었다. 현재는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에 '성인'이라는 그 타이틀은 마치 세상을 다가질 수 있는 것과 같은 엄청난 권능으로 여겨졌다.


만 20살이 되던 날. 어제까지의 나는 19살의 미성년자였고 오늘의 나는 20살의 성인이라 그동안 제약으로 여겨졌던 곳들, 이를테면 미성년자 출입금지의 장소나 영화를 이제는 떳떳하게 보고 마시고 즐길 수 있게 되었을때 비로소 깨닫게 된 사실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본질적으로 달라진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어제의 미성년자였던 내가 오늘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사상이나 인식의 대 변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제나 오늘이나 그저 똑같은 나일뿐이라는 깨달음. 다만 누군가(혹은 사회적 합의로) 20살이라는 기준의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선으로 나눈것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럿을 때의 그 허탈감.


어제 두 정상이 저 문턱을 넘어 왔다갔다 하는 모습에서 군사분계선 또한 그저 가상의 선에 불과하다는 비슷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그 선을 먼저 넘어보자고 제안한 사람이 김정은 위원장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즉흥적 제안에 순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으나(물론 그 장면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심정 또한 비슷했으리라.) 막상 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더라라는 것을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켜주는 명장면이었다.




남북정상회담에 등장한 화동은 민통선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저 아이들은 2007년생으로 11년 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있던 해에 태어난 친구들이다. 11년전 회담의 연장선상이라는 의미와 11년의 세월을 상징하는 은유라고나 할까?




사열 후 돌아가야 하는 북측 사절단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제안한 단체 기념사진. 이 사진 또한 역사적인 사진으로 기억될 것 같다.





CNN 방송을 보던 네티즌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과 '전쟁은 끝났다'라는 자막에 황급히 TV 화면을 찍어 올린 사진인데 저 선언적 명령처럼 한반도는 대결과 긴장을 종식하고 평화와 번영으로, 말그대로 꽃길만 걷었으면 좋겠고 어제의 회담이 그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확신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통일'이라는 명사가 어느순간 우리에게 이상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행복한 상상(혹은 예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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