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살구 2018. 2. 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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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24.)



어제는 91회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90회 시험을 보고나서 공부도 안하고 마냥 탱자탱자 거리기만 하다가 어영부영 91회를 맞이했다. 어제 시험보기 직전에 이번 시험후부터 열심히 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생각대로 잘될지는 모르겠다. ㅎㅎ


늘상 시험보러가기 전에 느끼는 거지만 참 시험보러 가는게 싫다. 근데 희한하게 2교시쯤 끝나면 또 볼만하고,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 결과와는 상관없이 뿌듯한 기분이 든다는 사실은 미스테리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지만 기술사 시험보는 장소의 선정은 참 의문 투성이다. 아무리 시험보는 인원이 기사에 비해 적어 장소를 몇군데밖에 안한다지만 어떻게 우리나라 3대 도시인 인천에는 시험장 조차 없는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다. 산업인력공단에 민원이라도 넣어야 하는걸까.


처음에는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서울 구로구에 있는 유한공고로 시험보러 다녔는데 그나마 작년부터 부천에 있는 부명정보고에서도 볼수 있게 되어 요즘엔 그쪽으로 보러 다니고 있다.


부명정보고가 처가집과 가까워서 시험때마다 그걸 핑계로 토요일에 온가족이 총출동 해서 처가집에서 주말내내 뭉개고(?) 오는데 거기까진 그렇다쳐도 89회때 부명정보고 근처에 점심을 먹을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 고민하다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와이프에게 부탁했는데 저번 90회 시험때 유부초밥을 싸주겠다고 해서 전날 재료를 사왔는데 막상 당일 아침에는 장모님이 다 해주셨다.


시험에 붙지도 못하면서 시험때마다 처가집에서 지내고 거기에 도시락까지 싸주시는게 너무 미안해서 이번에는 집에서 자고 일찍 시험장(집에서 차로 1시간 거리)으로 갈 생각이었는데 와이프가 그냥 겸사겸사 친정으로 가자고 해서 어쩔수 없이(?) 이번에도 신세를 지게 되었다.


장모님께 미안해서 이번엔 그냥 점심을 대충 때워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시험당일 특별히 긴장한것도 없는데 잠자리가 바뀐 탓인지 설잠을 잤는데 새벽부터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아침에 일어나보니 장모님께서 사위가 좋아하는 김밥을 싸놓으셨다. 


세상에나. 표현에 인색하고 무뚝뚝한 내 자신이 한스러울 정도로 감동이었다. 물론 제대로 표현조차 못했지만.. ㅎㅎ 뭐 대단한 시험본다고 사위의 점심 도시락을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그걸 만드셨을지.. 생각만으로도 죄송스럽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낮에 와이프가 차를 써야 해서 시험장까지 태워달라고 했는데 예상보다 10분일찍 출발하자고 했더니 단잠을 자고 있는데 10분먼저 깨운다고 버럭한 마나님때문에 그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나니 폰카로라도 장모님의 정성을 한컷 남겨놔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거의다 먹은뒤였다. 이런 김밥이라면 매일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겠지만 장모님께 신세진 것을 얼른 갚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덜 귀찮게 해드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합격해야 할텐데 그날이 오기는 할런지. ㅋ



덧붙임 : 장모님표 도시락을 먹은 시험에서는 내 능력의 120%를 발휘하는 것 같다. 성적도 잘나오고 문제도 내가 예상하거나 시험장에서 마지막으로 보는 부분에서 나오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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