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구조기술사 도전기/뒷담화

길 위에서 길을 묻다

개살구 2018. 2. 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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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11.)



이천육년 원단(元旦), 커다란 포부를 가지고 토목구조기술사에 도전한지 기간으로만 따지자면 벌써 3년하고도 9개월이라는 세월이 지나버렸다.


그간 포기아닌 포기를 한적도 있었고, 도대체 내가 무슨 영화(榮華)를 누리려고 내 밥벌이와 직접적인 상관없는 이짓을 하고 있는가 나 자신에게 묻기도 수차례. 몇번의 시험 결과로 택도없는 점수를 받아들고 합격은 커녕 도전자체가 나에게 가당키나 한 건가 의문이 들기도 했었고, 마치 해는 저물어가는데 너른 벌판의 한 가운데 서서 지평선 끝을 쳐다봐도 인가는 커녕 인기척조차 보이지 않는 홀홀단신의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목표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여전히 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점수는 미약하나마 조금씩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초에는 길어야 3~4년 정도면 되겠지 하는 막연한 계획을 갖고 시작했지만 지금 느끼는 건 앞으로 최소 3~4년은 더 해야 합격선 근처에 갈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흐르다보니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이 사회와 조직과 사람들 속에서 나의 관계만 점점 늘어가고 그에 따른 일이 많아져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가 더욱 어려워 진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다른 합격자들 또한 나와 마찬가지, 아니 그보다 더 힘들게 공부한 처지가 아니던가.


다행히(?)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어 기술사 공부를 하나의 취미로 삼은지 오래라 이제는 그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마음이 들때가 있어 나 자신도 놀라곤 한다. 목표로 한것을 너무 빨리 이루어버리면 후에 허탈감이나 더이상의 목적의식 없는 삶을 살것 같아 가급적 지금의 생활을 오래 즐기는 것이 더 나을것 같다는, 말도안되는 자기 합리화를 하기도 하지만 아주 가끔은 그냥 도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다. 


그리고 반복되는 공부와 수학적 계산으로 인해 머리를 굴리다 보니 노인네들이 고스톱을 쳐서 치매를 예방하는 것처럼 나의 공학적 두뇌가 굳지 않는다는걸 실감하게 된다. 복잡한 수식을 거쳐 원하는 정답을 얻어냈을때는 비록 나이는 먹었지만 아직 죽지않았구나 느낄때가 많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엔 스트레스를 엄청 받지만..


외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엇인가 인생의 목표를 갖고 있을때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긴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달성할 확률이 훨씬 높다고 한다. 달력에 생일이나 기억해야할 소소한 약속도 표시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한 평생의 약속을 어떤식으로든 기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또한 이렇게 블로그에 수시로 내 생각과 의지를 다잡는 기록하는 것이고...


지금의 과정이 결과적으로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버릴지 아니면 '위대한 도전'이 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 하다보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처럼 언젠가는 성취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날이 오지 않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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