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토구목(築土構木)
(2011. 9. 1.)
어제 직장내 대학 동문모임이 있어서 다녀왔는데 처음으로 뵙는 선배께서 내가 토목공학과 출신이라고 하니 대뜸 '토목(土木)'이라는 말의 어원을 아냐고 물으셨다.
질문의 의도를 몰라 대답을 못하고 있었는데 '축토구목(築土構木)'이라는 고사에서 왔다면서 몰랐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그런 고사성어는 '듣보잡'이어서 처음 들어봤다고 했더니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나보고 생긴건 토목직이 아니고 보건직 같다는데 그말이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서 취기가 남아있는 상태로 검색을 해보니 정말 그 선배님의 말씀이 맞았다. 나름 한문이나 고사성어를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건만 정작 내 전공, 밥줄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으니 술이 깬 오늘 아침부터 내내 그 생각에 민망할 지경이다.
축토구목이란 직역하자면 흙을 쌓고 나무를 얽는다는 뜻인데 고대로부터 백성의 안위를 위해 주변에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집을 짓고 구조물을 만든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학교에 처음 입학한 첫시간 학과장님으로부터 토목공학을 뜻하는 Civil Engineering의 어원이 공학의 초기 발달과정에서 군(軍)공학인 Military Engineering과 대비되는 말로 시민공학(Civil Engineering)에서 유래된 뜻이라는 건 배웠지만 정작 우리말의 어원은 모르고 있었다니, 아니 우연한 기회에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대학교 1학년때 문과대 여학우로부터 토목공학과에 다닌다고 하니 톱으로 나무 자르고 망치질과 대패질 하는걸 배우는 거냐고 나에게 진지하게 묻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과연 토목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고 얼마나 알고 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