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관련법과 현실
(2014. 11. 19.)
일반야영장업 등록기준 신설, 전국 미등록 야영장 종합관리 토대 구축.hwp
오늘은 조금 딱딱하고 어려운 주제인 캠핑장 관련 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평소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패스하셔도 되구요. ㅎㅎ
법이라는 것이 전공자가 아니면 어렵다는 편견으로 인해 대부분은 잘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저역시 법학을 전공하거나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업무와 관련된 법을 자주 봐야 하고 업무적으로 소송도 해보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법과 조금은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상에서 법을 알면 알수록 도움이 많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뭐 법을 전공했다고 하더라도 소위 육법전서로 일컬어지는 것을 배우는 것이지 그 이외에 수많은 개별법을 따로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법의 체계가 대동소이 하기 때문에 하나를 알면 다른 법을 보고 해석하는 것이 상당히 수월해지죠.
각설하고 캠핑장과 관련된 법에 관하여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내가 캠핑장 운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캠핑장 관련 법을 알아야 되냐고 반문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캠퍼의 기본상식(?)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될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캠핑장을 운영하려면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조제1항제3호 다목에서 규정하는 '자동차야영장업'으로 등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동차야영장업의 등록기준은 관광진흥법 시행령 별표1 규정에 따라
(1) 규모 : 차량 1대당 80제곱미터 이상의 주차 및 휴식공간을 확보할 것
(2) 편의시설 : 주차•야영에 불편이 없도록 수용인원에 적합한 상•하수도시설, 전기시설, 통신시설, 공중화장실, 공동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을 것
(3) 진입로 : 진입로는 2차선 이상으로 할 것
위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등록(허가)이 가능한데 아시겠지만 대부분의 캠핑장이 규모와 편의시설은 만족하지만 진입로 규정을 만족하지 못해 자동차야영업장으로 등록하지 못한채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죠. 아마도 단순한 사업자등록만 하거나 그마저도 안하고 운영하는 곳들이 많다고 봅니다.
관광진흥법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3년말 기준으로 전국의 야영장은 1,800여개로 추정하는데 실제로 관광진흥법 내에서 등록, 관리되고 있는 야영장이 230여개소라고 하니 약 13% 정도만 정식 야영장이고 나머지는 무허가인 셈이죠. 그나마 정식 야영장의 대부분은 잘 아시는 국공립 야영장이니 사설 캠핑장중에서 자동차야영장업으로 등록된 캠핑장은 정말 손으로 꼽을 만큼 드물겁니다.
법이라는 것이 현실보다는 항상 한발짝 늦게 뒤따라가는 모양새로 만들어지다보니(이건 어쩔수 없음) 뒤늦게 현실을 인지하고 현재의 자동차야영장업 등록기준 완화 및 안전 관련 기준을 보완하는 관광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10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2015년 1월 29일부터 시행되게 됩니다.
개정안은 현재의 자동차야영장업 등록기준이 현실적으로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어 진입로 등의 일부 기준을 완화하였는데 차량 1대당 80 제곱미터 이상의 야영공간을 확보하도록 하던 것에서 50 제곱미터 이상만 확보해도 되도록 개선했으며, 진입로는 2차선 이상에서 1차선 이상으로 확보하도록 하고 1차선 차로를 확보한 경우에는 적정한 곳에 차량의 교행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도록 하였으니 현재 운영중인 대부분의 캠핑장은 자동차야영업으로 등록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자동차야영업 이외에 일반야영장업을 신설하였습니다.
(1) 일반야영장업 : 야영장비 등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야영에 적합한 시설을 함께 갖추어 관광객에게 이용하게 하는 업
(2) 자동차야영장업 : 자동차를 주차하고 그 옆에 야영장비 등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취사 등에 적합한 시설을 함께 갖추어 자동차를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이용하게 하는 업
법률 용어를 해석해 보자면 일반야영장업은 자동차 없이도 다닐수 있는 일종의 백패킹(?) 또는 미니멀 모드의 뚜벅이 캠퍼를 위한 캠핑장을 말하고 자동차야영장업은 오토캠핑장을 말한다고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두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캠핑장 관련 법 이야기는 하수도법 입니다.
캠핑장의 필수 불가결한 시설이 화장실과 개수대라는 것은 잘 아실겁니다. 우리가 주로 사는 대부분 도시의 경우 주방과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오수는 하수관로를 따라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고 하수처리장에서는 이를 정화하여 바다나 하천으로 방류하게 됩니다.
그런데 농어촌 지역과 같은 비도시 지역의 경우 인구밀도도 낮고 거주도 밀집된 것이 아니라 드문드문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집집마다 하수도법 제34조 규정에 따라 설치된 '정화조'를 거쳐 정화된 물을 흘려보내고 정화조 아랫쪽에 가라앉은 건더기(?)를 1년에 1회 이상 청소(소위 말하는 X 푼다는 것)하게 됩니다.
캠핑장 역시 비도시 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화장실과 개수대에서 발생하는 오수의 처리를 위해 정화조를 설치해야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캠핑장에 화장실과 개수대가 같이 붙어있게 되는 거죠.
일반적으로 정화조는 건축물의 부속 시설물로 설치되기 때문에 하수도법 시행령 제24조제5항 규정에 따라 건축물의 용도별로 오수발생량을 산정하여 용량에 맞는 정화조를 설치하게 됩니다만 캠핑장의 경우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캠핑장이 많아지고 이로인한 수질오염 및 여러 민원이 발생하다보니 뒤늦게 하수도법 주무부처인 환경부에서 캠핑장 실태조사 및 법 개정작업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은 당연히 정화조를 설치하지만 개수대는 정화조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방류하는 곳도 있죠. 실제로 제가 작년에 가봤던 영흥도의 모 캠핑장은 캠핑장 중간에 설치한 간이 개수대에서 나온 물이 그냥 구거(도랑)로 방류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나름 주인장이 까다롭기로 알려진 곳인데 정작 캠장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으니 아이러니하죠. 지자체에 신고하고 폐골재를 사용한 캠핑장처럼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봅니다. 혹시 다니시다가 개수대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그냥 흘려보내는 캠핑장이 있다면 이는 엄연히 불법이므로 신고 및 공유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