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퍼에 관한 고찰
(2014. 6. 2.)
벌써 다섯번째 고찰 시리즈 입니다. 여지껏 앞서 작성한 네번의 고찰글은 90% 이상의 이론적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토퍼에 대한 부분은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관심 밖의) 내용이었고 어떤 분이 여쭤보신 이후부터 생각을 한 터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론적 확신이 70% 정도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전 고찰글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고 앞뒤가 안맞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지적해 주세요.
스토퍼는 텐트나 타프와 결합하여 사용되는 스트링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죠. 초보때 스토퍼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당황했거나 그냥 노끈 묶듯 스토퍼 없이 스트링을 매듭지은 경험담과 질문글을 자주 보곤 합니다.
그만큼 사용법을 알면 편하고, 모르면 손발이 고생하는 물건인데 일단 고찰글이니 만큼 사용법에 대해 충분한 숙지를 했다는 가정하에 글을 씁니다. 이 글의 목적은 여러가지 스토퍼중에서 어떤 것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고찰에 들어가기 전 한가지 더 말씀드릴 것은 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학 1학년 수준의 일반물리학 지식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물리학은 공과대학 출신이 아니어도 이과계열 대학생의 공통과목)
물체가 안정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1. 힘의 평형 조건 : 물체가 안정하기 위해서는 작용하는 힘이 평형을 이뤄야 합니다. (상식) 2차원 좌표계를 도입해서 설명하자면 x축과 y축에 작용하는 각각의 힘의 합력은 0이 되어야 합니다.
2. 모멘트의 평형 조건 : 역학에서는 모멘트(Moment)라 표현하고 물리학에서는 토크(Torque)라고 표현하는데 둘다 같은 의미입니다. 편의상 저는 역학이 익숙하므로 이하 토크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고 모멘트라는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
모멘트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어떤 물체가 회전하기 위한 힘을 말하는데 그 크기는 '힘×팔길이' 입니다. 같은 힘이라도 팔길이가 길어질수록 회전하고자 하는 모멘트 값이 커집니다.
쉽게 설명드리자면 위 사진처럼 볼트를 조이거나 푸는 스패너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스패너 길이가 길수록(팔길이가 길어질수록) 더 작은 힘으로도 볼트를 돌릴수 있고, 짧을수록 더 많은 힘이 소요됩니다. 지렛대의 원리를 적용할때 작용점으로부터의 길이가 길수록 적은 힘이 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힘의 평형 조건과 모멘트의 평형 조건 이 두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물체는 불안정 상태가 되고 둘 다 만족하면 안정상태가 됩니다.
고찰글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많은 뜸을 들였는데 이제 본격적인 썰을 풀겠습니다. 저는 아직 삼각스토퍼를 사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사용법은 잘 알고 있습니다.)
처음엔 스토퍼 종류에 따른 마찰력에 의한 차이로 접근을 했는데 마찰력은 재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보여지구요. 힘과 모멘트의 평형 조건에 의한 접근이 가장 타당하다는 합리적 결론을 얻었습니다.
우선 삼각스토퍼를 보시죠.
삼각스토퍼도 종류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중인 삼각스토퍼의 규격은 위와 같더군요.
결속은 잘 아시다시피 이런 형태로 됩니다. 이것을 평형 조건으로 분석하기 위해 자유물체도로 바꿔보겠습니다.
좌측의 그림은 삼각스토퍼가 정상적으로 작용할때의 모습이고(안정), 우측의 그림은 스트링을 당기거나 풀어줄때 모습입니다. (불안정) 여기서 T는 스트링에 작용하는 장력을 의미하구요.
좌측은 힘의 평형조건으로 보자면 x축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0을 만족하구요. y축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의 합력 역시 0 입니다. ( T = T/2 + T/2 ) 모멘트 평형조건은 어느 점을 기준으로 하든지 0이 됩니다.
그런데 우측은 힘의 평형조건은 만족하지만 모멘트 평형조건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즉,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려는 모멘트가 존재합니다. 그 모멘트의 크기는 T/2 × d (팔길이) 가 됩니다. 그러므로 스토퍼가 안정한 형태로 회전하고자 합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스트링과 스토퍼가 안정한 상태에서 불안정한 상태가 되려면 T/2 × d 라는 모멘트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고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스토퍼의 잠금능력은 T/2 × d 가 된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스트링의 장력도 줄어들고 점점 느슨해지므로 주기적으로 스트링을 다시 당겨줘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스토퍼의 잠금 능력이 클수록 이 풀어지는(스트링이 느슨해지는) 양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막대 스토퍼를 보시겠습니다.
막대 스토퍼 역시 종류가 많습니다만 가장 일반적인 크기의 막대 스토퍼 입니다.
결속방법은 위와 같고 역시 이것을 평형 조건으로 분석하기 위해 자유물체도로 바꿔보겠습니다.
좌측의 그림은 막대스토퍼가 정상적으로 작용할때의 모습이고 (안정), 우측의 그림은 스트링을 당기거나 풀어줄때 모습입니다. (불안정) 모양의 차이가 있을뿐 삼각스토퍼와 동일합니다. 역시 스토퍼의 잠금능력(?)은 T/2 × d 가 됩니다.
스트링에 걸리는 장력(T)은 스토퍼의 종류와 무관하게 동일하므로 어떤 스토퍼의 잠금능력이 더 우수한가를 따지려면 결국 팔길이(d)의 차이에 달려있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이 팔길이는 스토퍼 전체의(양 끝단의) 길이가 아닌 구멍(홀) 중심간 거리를 말합니다.
대부분의 스토퍼 재원 표기는 위에 보여드린 대로 전체 길이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가 양 구멍 중심간 거리를 실측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딱 집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추정은 가능합니다.
정확한 수치는 실측자료가 있어야 하므로 스토퍼의 잠금능력에 대한 제 판단은 일단 유보해 두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답은 어느정도 보이시죠?)
그렇다면 막대스토퍼의 축소판인 땅콩 스토퍼는 쓸모가 없느냐? 꼭 그런건 아닙니다. 삽으로 귀를 팔 수 없듯이 스트링에 맞는 스토퍼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스트링에 사용되는 것은 땅콩 스토퍼가 유용합니다.
검색을 하다 보니 군용 스토퍼라는게 있더라구요.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습니다만 보병출신이 아니라서 이런건 구경도 못해봤네요. ㅎㅎ 길이가 10cm이니 아마도 스토퍼의 잠금능력만 놓고 보자면 이런 형태가 갑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앞서 설명드린 대로 이건 더 큰 장력을 받는 스트링, 즉 굵은 스트링 전용입니다. 이런걸 텐트에 사용되는 스트링에 적용한다면 제구실 못할겁니다.
귀이개로 삽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삽도 귀이개를 대신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끝으로 한가지 더. 막대스토퍼의 구멍 위치만 개량한 이런 스토퍼가 있더군요.
이건 동일 평면상이 아닌 입체적인 모멘트를 받기 때문에 같은 길이라 할지라도 2배 정도 큰 잠금능력을 보일것이라 생각됩니다.
한줄요약 : 같은 강도에서 스토퍼의 잠금능력은 팔길이(d)가 길수록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