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프용 폴의 강도에 관한 고찰
(2014. 5. 20.)
Pole : [명사] 막대기, 기둥, 장대
본격적으로 타프가 필요한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비록 짧은 지식이지만 타프의 주요 부자재중 하나인 폴(혹은 폴대)의 재질과 직경, 그리고 두께는 얼마가 적당한 것인가에 대해 고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지껏 제 고찰글은 중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 가능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주 쉽게 쓰여졌으나 이번 내용은 부득이하게도 공과대학 2학년 정도 수준에서 배우는 재료(고체)역학에 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해하기 쉽도록 어려운 계산과정이나 증명은 생략하고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바쁘신 분들은 스크롤을 쭉 내려서 맨 아래 결론만 봐주셔도... ㅠㅠ)
당연한 말이겠지만 타프 폴의 재질과 직경, 그리고 두께는 폴의 붕괴(좌굴)강도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의 특성상 안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이기에 높은 강도의, 즉 충분한 안전률을 지닌 폴대의 선택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 타프가 가는 곳이면 폴과 스트링은 무조건 따라가야 합니다. 폴과 스트링은 재질의 차이만큼이나 역학적으로는 완전히 상반되는 구조입니다. 인장력(=당기는 힘)을 받는 인장부재인 스트링과는 달리 폴대는 압축력(=미는 힘)을 받는 압축부재(기둥이라고 생각하면 됨)입니다.
왜 스트링이 인장력만을 받고 폴대는 압축력만을 받는지에 대한 역학적인 설명을 생략해도 캠핑장에서 타프를 한번이라도 설치해 본 분이라면 누구나 아실겁니다.
압축력을 받는 압축부재의 경우 장주(長柱, 긴 기둥)냐 단주(短柱, 짧은 기둥)냐에 따라 파괴(붕괴)되는 양상이 달라집니다. 폴은 장주, 즉 긴 기둥에 속합니다. 긴 기둥의 파괴는 일반적으로 좌굴(座屈, Buckling)이라는 파괴(붕괴) 양상을 보이는데요.
좌굴현상을 간단히 설명드리면 이런겁니다.
좌측의 그림은 압축력을 받기 전의 기둥이고 우측의 그림은 압축력(붉은색 화살표)을 받아 휘어진, 즉 좌굴된 기둥입니다. 긴 기둥(폴)이 압축력을 받을때 재료의 강도를 초과하여 부서지는게 아니라 활처럼 휘어지면서 변형이 증가하다가 하중이 계속 증가하면 가운데 부분부터 부러지게 되는 겁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30cm 플라스틱 자를 양 손바닥 사이에 끼우고 점점 폭을 좁히면(압축력을 가하면) 플라스틱이 깨지는게 아니라 그림과 같이 어느 순간 확 휘어지면서 그 이후에 가운데 부분부터 부러지는걸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겁니다. 이러한 현상을 좌굴이라고 합니다.
간혹 강풍에 타프 폴대가 휘었다는 후기들을 보곤 합니디만 막상 검색해보니 글만 있고 사진은 못찾겠네요. ㅠㅠ 다행히(?) 하나 찾은게 있는데 타프는 아니고 마가타 폴이 휘어진 사진이 있네요. ^^
(혹시 문제가 된다면 자삭하겠습니다.)
사진의 파란색 점선안의 가는 폴을 자세히 보시면 휘었죠? 이런걸 좌굴현상이라고 합니다. 흔히 기둥이 휘었다고 하는 것을 역학적으로는 '좌굴'이라고 표현하는 겁니다. 약간의 좌굴현상은 압축력만 제거되면 원래대로 돌아오지만 압축력이 계속 증가하면 어느 순간에 붕괴됩니다.
심하면 타프 메인폴대가 이렇게 좌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처 :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camping&no=47868)
이러한 좌굴강도(Pcr)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오일러(Euler) 형님이 미분방정식을 이용하여 오래전에 공식화 하셨습니다.
좌굴강도(Pcr)의 공식은 위와 같고 여기서 E는 탄성계수(Young's Modulus), I는 단면2차모멘트(Moment of Inertia), L은 기둥의 유효길이, π는 원주율(초등학교때 배우는 3.14)입니다. 공식이 아주 간단하죠?
이제 좌굴강도 공식에 대해 하나씩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탄성계수 E는 철, 알루미늄, 듀랄루민 등 재료에 따른 고유한 계수입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forcozy/10070555245)
이중에서 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3대 재료(철, 알루미늄, 듀랄루민)의 탄성계수만 보시면 됩니다. (붉은색 밑줄) 철(스틸)은 탄성계수가 굉장히 크지만 무겁고 부식이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탄성계수는 철의 1/3 수준이지만 가벼운 알루미늄과 듀랄루민을 사용하는 것이구요. 알루미늄과 듀랄루민의 탄성계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여지네요.
단면2차모멘트 I는 재료와 무관하고 단면의 형상(삼각형, 사각형, 원형 등) 및 단면의 크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폴대 단면의 형상은 다들 아시다시피 원형단면이고 속이 비어있습니다. 직경이 D이고, 두께가 t인 속빈 원형단면의 단면2차모멘트를 구하는 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부터 각 폴의 종류별로 좌굴강도를 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메사캠핑 렉타타프 폴대 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카페발 타프의 재원입니다.
메인폴 직경(D) : 33mm, 두께(t) : 1.5mm, 길이(L) : 2.8m, 재질 : 알루미늄
서브폴 직경(D) : 28mm, 두께(t) : 1.5mm, 길이(L) : 1.8m, 재질 : 알루미늄
⇒ 메인폴의 좌굴하중 : 191.9kg, 서브폴의 좌굴하중 : 283.6kg
약 200kg 이상의 하중으로 누르면 메인폴이 휘어지고 280kg 이상의 하중으로 누르면 서브폴이 휘어진다는 소리입니다.
생각보다 조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저역시 그랬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당연히 두꺼운 메인폴의 좌굴하중이 상대적으로 얇은 서브폴의 좌굴하중보다 작게 나왔다는 사실에 의아한 분들이 계실겁니다. 그런데 이 결과는 앞서 설명드린 좌굴하중 공식에 그 비밀(?)의 열쇠가 있습니다.
좌굴하중(Pcr)은 분모에 들어가 있는 타프 폴 길이(L)의 제곱항에 반비례합니다. 말인즉슨 길이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제곱항에 반비례해서 더 작은 하중에도 휘어진다는 소리입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타프의 메인폴 직경이나 두께를 더 키워야 한다기 보다는 현재 시판중인 서브폴의 좌굴강도가 메인폴에 비해 1.5배 정도 높으니(오버스펙) 서브폴의 직경이나 두께를 좀더 줄여도 괜찮겠다는 것입니다. (혹시 타프 제작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어보신다면 참고하시라구요.)
2. 모 카페의 공구발 폴대 입니다.
메인폴 직경(D) : 32mm, 두께(t) : 1.3mm, 길이(L) : 2.8m, 재질 : 알루미늄
서브폴 직경(D) : 28mm, 두께(t) : 1.2mm, 길이(L) : 1.8m, 재질 : 알루미늄
메사캠핑 타프 폴의 재원과 비교하면 메인폴의 직경이 1mm, 두께가 0.2mm 줄어들었고, 서브폴의 직경은 동일하지만 두께가 0.3mm 줄어들었습니다.
시험성적서의 수치를 같이 써놨는데 정작 수치만 있지 시험성적서 내용이 없어 강도가 뭘 의미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강도의 단위도 불분명하구요. 아마도 자신들이 공구하는 타프폴의 인장강도가 훨씬 높다고 홍보한 문구를 봐서는 축강성(EA)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의아한건 타프폴은 앞서 설명드린 대로 인장력을 받는 부재가 아닌 압축력을 받는 부재인데 왜 인장강도를 강조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금속재료의 경우 대부분 인장강도와 압축강도가 비슷하긴 하지만요.
그리고 좌굴은 축강성(EA)이 무의미하고 휨강성(EI)만 유의미한데 굳이 축강성을 강조하는 것도 좀 그렇네요. 모르는 사람들이 볼때는 왠지 시험성적서니, 인장강도니 하는 말에 현혹될 소지가 있습니다.
⇒ 메인폴 좌굴하중 : 151.6kg, 서브폴 좌굴하중 : 226.9kg
직경 1mm의 차이, 두께 0.2mm의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한눈에 비교가 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3. 캠프타운 헥사타프 폴대 입니다.
속칭 국민타프로 불리우는 캠프타운의 헥사타프 폴대입니다.
폴직경(D) : 25mm, 길이(L) : 2.6m, 재질 : 철
재원에는 직경과 재질만 나와있지 어디에도 두께는 나와있지 않네요. 검색을 해봤지만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어서 초캠에 질문을 했더니 어떤분이 스틸폴의 경우 보통 0.5~0.7mm 정도의 두께라는 답변을 주셔서 일단 평균값인 0.6mm로 계산을 해봤습니다. 혹시 정확한 두께를 아시는 분 계시면 답변좀 부탁드립니다.
⇒ 좌굴하중 : 115.6kg
이 결과는 참고적으로만 보시고 렉타와 헥사에 작용되는 하중이 다르니 일괄비교는 어렵습니다. 다만 캠프타운 헥사타프를 가지고 계신분께서 렉타타프 스킨만 구입하셔서 폴대를 겸용하시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가급적 말리고 싶네요. (수치를 비교해보시면 감이 올겁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첫번째 소개한 가장 보편적인 카페발 타프인 메사캠핑 타프폴을 기준으로 직경과 두께의 변화에 따른 좌굴강도를 비교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브폴은 앞서 설명드린대로 메인폴보다 좌굴강도가 높기때문에 제외하고 메인폴만을 비교하겠습니다. (시중에 시판중인 타프폴의 재원과는 무관하며 어디까지나 비교만을 위한 단순 가정임)
1. 두께에 따른 좌굴강도 비교 (0.5mm 단위로 비교)
1) 메인폴 직경(D) : 33mm, 두께(t) : 1.5mm, 길이(L) : 2.8m, 재질 : 알루미늄 ⇒ 좌굴강도 : 191.9kg
2) 메인폴 직경(D) : 33mm, 두께(t) : 1.0mm, 길이(L) : 2.8m, 재질 : 알루미늄 ⇒ 좌굴강도 : 127.9kg
3) 메인폴 직경(D) : 33mm, 두께(t) : 0.5mm, 길이(L) : 2.8m, 재질 : 알루미늄 ⇒ 좌굴강도 : 63.9kg
2. 직경에 따른 좌굴강도 비교 (3mm 단위로 비교)
1) 메인폴 직경(D) : 33mm, 두께(t) : 1.5mm, 길이(L) : 2.8m, 재질 : 알루미늄 ⇒ 좌굴강도 : 191.9kg
2) 메인폴 직경(D) : 30mm, 두께(t) : 1.5mm, 길이(L) : 2.8m, 재질 : 알루미늄 ⇒ 좌굴강도 : 144.2kg
3) 메인폴 직경(D) : 27mm, 두께(t) : 1.5mm, 길이(L) : 2.8m, 재질 : 알루미늄 ⇒ 좌굴강도 : 105.1kg
가장 중요한 결론입니다.
1. 서브폴이 메인폴보다 좌굴강도가 약 1.5배 정도 더 크다. (의외의 결과)
⇒ 현재의 서브폴보다 직경이 더 가늘고 두께가 더 얇은 것을 사용해도 괜찮다.
2. 탄성계수는 철 > 알루미늄 > 듀랄루민 순으로 다른 재원이 동일하고 재질만 다른경우 좌굴강도 역시 철 > 알루미늄 > 듀랄루민 순이지만 무게나 가격, 기타 등등을 고려하여 구매하면 된다.
3. 다른 재원이 동일할 때 좌굴강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직경보다도 두께이다.
⇒ 아무리 가성비를 따지더라도 메인폴의 두께가 얇은것은 구입하지 말자. (차라리 직경이 작은 걸 사자.)
4. 판매페이지에 폴의 직경만을 강조하며 정작 두께는 표시하지 않은 수많은 타프폴 판매자들은 제발 두께좀 표시해 주세요.
⇒ 두께가 표시되지 않은 타프 폴의 구입은 두께 확인후 구입하는게 현명하다.
5. 얼마 이상의 두께와 직경이 되는 폴을 구매해야 되는가?
⇒ 이 글을 정독하면 어느정도 답을 구할 수 있다. (어렵지 않으니 정독해봐요 쫌!!)
6. 내가 가진건 가늘고 긴 헥사용 타프 폴 뿐인데 불가피하게 렉타타프에 사용하고 싶다면?
⇒ 뽀대는 안나오더라도 메인폴 타프 한마디를 빼서 사용하면 좌굴강도가 크게 증가된다.
(대신 타프 모양은 'ㅅ'자 형태가 아닌 'ㅡ'자에 가까울 듯,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는 그깟 뽀대 쯤이야.)
7. 아무리 훌륭한 재원의 타프를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칠줄 모르면 개털이다.
⇒ 제발 설치방법은 미리 숙지하고 갑시다. (여친, 와이파이님께 개망신 당할수도...)
덧붙임
1. 실제 타프 폴의 규격이 제품 판매 페이지에 명시된 스펙과 다를수 있습니다.
(참고 : http://blog.naver.com/ttaang1/130165970849 )
2. 합금제품일 경우 탄성계수 값이 위 자료에 표기된 값과 다를 수 있습니다.
3. 좌굴강도 산정시 유효길이 L은 양단 힌지(Hinge)로 가정하였습니다.
4. 폴에 작용하는 압축력은 단면 도심에 작용하며 편심은 없다고 가정하였습니다.
5. 폴의 접합부에서 전단파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였습니다.
6. 위 가정과 다를 경우 이론적 결과(좌굴하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7. 이론적 결과값은 당연히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