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타타프 설치에 관한 고찰
(2014. 4. 10.)
바야흐로 날씨가 따뜻해 지면서 점점 햇살이 강해지니 타프가 필요한 시기가 다가옵니다. 나는 타프가 없으니 이글을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또는 리빙쉘 계열의 텐트가 있으니 여름에도 타프를 안사도 된다고 무모하게 주장하시는 초보 캠퍼분들. 그분들은 먼저 타프를 지르세요. 두번 지르세요. 일단 지르고 이글을 다시 봅니다. 타프는 여름철 캠핑에 있어서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 불가결한 캠핑용품입니다.
제목에는 렉타타프로 한정을 지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 글을 읽어보시면 이해가 되실거구요. 혹시 타프가 있는데 헥사타프만 가지고 계신분들에게도 렉타타프 구입을 추천드립니다. ㅎㅎ 참고로 저는 입문할때 렉타로 시작했는데 이젠 헥사도 가지고 있네요. 얼마전 써클타프까지 지를뻔 했던건 함정.
이번에도 중학교 과정의 수학적 지식만 있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고찰을 해봤습니다. 일단 대한사랑님이 작성하신 '렉타타프 혼자서 치는 방법' 포스팅을 먼저 참고해 주시구요. 사진 역시 대한사랑님의 글에서 사후 동의하에(?) 퍼왔습니다. ㅎㅎㅎ
아시겠지만 검색을 해보면 렉타타프 설치방법에 관한 다양한 글과 동영상들이 존재합니다. 혼자서 치는 방법부터 좁은곳에서 치는 방법, 넓은 곳에서 치는 방법 등등 말이죠. 저역시 렉타타프를 설치할 때 특별히 공식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이젠 그저 경험에 따라 눈대중으로 팩을 박고 설치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팩다운 위치가 어디인가에 대해 이번 글을 통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네요.
먼저 캠핑장 사이트 구획(크기)에 제약이 없다는 가정하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굳이 공학적으로 분석하지 않아도 메인폴 스트링의 각도는 45도가 될 때 이상적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계실겁니다. 45도라는 각도는 똑같은 크기의 수평분력과 수직분력이 발생하는, 동양철학으로 비유하자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의 각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 45도가 이상적인 각도인가 하는 증명은 여기서 생략하겠습니다.)
타프는 대한사랑님의 포스팅에 등장하는 보통의 렉타타프인 메사타프를 기준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메사캠핑에서 만든 렉타타프의 공식 재원입니다.
그런데 가로의 길이가 5.5m로 되어있지만 이것은 완전히 펼쳤을때 길이이며 실제로 타프를 설치하면 지붕 모양의 삼각형이 되기 때문에 정사투영(수직으로 위에서 바라봤을때, 항공사진을 생각하면 됨) 길이는 아래의 그림처럼 약 5m 정도가 됩니다.
정확하게는 5.12m가 되는데 아래의 그림을 통해 계산하면 됩니다. 빗변의 길이는 타프 가로길이의 절반(5.5m/2 = 2.75m)이고 높이는 메인폴의 길이에서 사이드폴의 길이만큼 빼면 나오기 때문에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면 2.56m가 되어 그 두배의 값으로 구하면 됩니다만 이 길이는 앞으로 다른 값을 계산함에 있어 소용이 없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5m라 봐도 무방합니다. ^^;
앞서 말씀드린 대로 45도 각도로 설치했을때가 가장 이상적이므로 메인 스트링 팩을 박는 이상적인 위치를 수학적으로 간단하게 계산해낼 수 있습니다. 먼저 대한사랑님이 설치하신 렉타타프의 늠름한 자태를 보시겠습니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노래가 절로 흥얼거릴 정도로 교과서적인 설치입니다. 렉타타프 메인폴대와 스킨, 그리고 메인스트링이 만나는 지점을 A, 메인스트링이 팩과 연결되는 지점을 B, C, 그리고 메인폴대의 하단이 지면과 만나는 점을 D라고 그림과 같이 가정합시다.
∠ADB와 ∠ADC는 수직, 즉 90도가 되구요. ∠BAD, ∠DBA, ∠CAD, ∠DCA, ∠DBC, ∠DCB는 45도가 됩니다. 따라서 △ABD, △ACD, △DBC는 합동인 이등변 직각삼각형이고 △ABC는 정삼각형이 됩니다. 이제 각 선분의 길이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하면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계산과정 생략)
그렇다면 이제 이상적인 메인팩 다운위치를 알아보겠습니다. 이미 삼각형의 길이를 보면 답이 나오는데 정사투영된 삼각형, 즉 △DBC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D점에서 선분 BC에 수선의 발을 내리고 그 점을 E라고 가정하면 아래 그림과 같이 양쪽이 45도인 이등변 직각삼각형이 됩니다.
따라서 이상적인 팩다운 위치는 메인팩이 지면과 맞닿는 곳(D점)으로부터 대략 2m 앞쪽에서 좌우로 약 2m인 곳이 바로 B점과 C점입니다. (정확히는 1.98m) 키에 따라 개인적 편차는 있습니다만 보통 어른의 큰 보폭이 1m 정도이니 메인폴이 지면과 닿는 지점(D)에서 크게 두걸음 간 뒤(E) 좌우로 또 크게 두걸음 가면 대략적인 이상적 팩다운 위치(B, C)가 된다고 보시면 크게 무리가 없으실 겁니다. (보통 걸음을 60cm로 가정하면 세발 반 정도입니다.) 아니면 메인폴대 한마디 길이가 대략 70cm이니까 이것으로 거리를 가늠해도 됩니다.
만약 본인이 보유하신 렉타타프의 재원이 다를 경우엔 본인이 보유한 타프의 재원에 맞춰 위 방법대로 계산하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계산이 어렵다면 저에게 의뢰해 주시길)
그렇다면 여기서 교과서라 불리우는 대한사랑님의 렉타타프 설치 강좌에 나오는 팩다운 위치는 과연 적정한가 하는 궁금증을 수학적 검증을 통하여 호기심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사랑님 렉타타프 설치 강좌의 핵심은 "가로로 6걸음, 세로로 11걸음 위치에 팩다운"입니다. 통상 어른의 보통걸음은 60cm 정도이므로 이를 사각형으로 표현하면 3.6m (60cm×6걸음) × 6.6m (60cm×11걸음) 이라는 답이 나옵니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역시 위에서 내려다본(정사투영한) 모습입니다.
렉타타프의 크기가 앞서 말씀 드린대로 5m×4.4m(정사투영)이므로 팩다운 위치와 길이도 구할 수 있습니다.
대한사랑님의 팩다운 위치는 메인폴대가 지면과 맞닿는 곳(D점)으로부터 1.1m 앞쪽에서 좌우로 1.8m인 곳이 바로 B점과 C점입니다.
정사투영이 아닌 폴대의 설치 모양대로 보자면 위 그림과 같습니다. 중앙의 갈색선은 메인폴대이고 회색선은 스트링입니다. 양쪽 화살표는 팩다운을 표현한 것이구요. 각도를 구하는 방법은 각 선분의 길이를 tan^-1 즉, 역탄젠트(아크탄젠트)로 계산하면 바로 나옵니다. 공학용 계산기가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값이므로 계산과정 또한 생략합니다.
제가 사용중인 캠핑ABC 제품의 사용설명에도 팩다운 위치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재원은 메사타프와 동일)
그렇다면 여기서 간단한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좌측의 (가) 방법과 우측의 (나) 방법중 어느것이 좀더 이상적인 설치 방법일까요?
실제로 캠핑장을 다녀보면 (가) 방법 보다는 (나) 방법으로 설치한 렉타타프가 대부분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대한사랑님의 설치 또한 (나) 방법을 이용하셨구요.
그런데 (나) 그림은 실제로 모순이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메인폴대 꼭지점으로 부터 팩다운 까지의 거리가 약 2m라고 명시해놓고 팩다운 위치는 타프의 끝선과 일치하게끔 되어있는데 막상 계산해보면 저런 위치에 나올수 없습니다. 그림은 모순이지만 일단 '약 2m'라는 팩트만을 근거로 계산을 한번 해보겠습니다.
앞서 했던 방법과 동일하게 계산해보면 팩다운 위치는 메인폴대가 지면과 맞닿는 곳(D점)으로부터 1.4m 앞쪽에서 좌우로 1.4m인 곳이 바로 B점과 C점입니다.
입체적으로 표현하면 각도가 이렇게 계산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분석한 세가지 설치 방법에서 나타난 팩다운 위치를 하나의 그림에 표현해 보겠습니다.
O점은 원점, 즉 메인폴대가 지면과 맞닿는 지점(D점)이고 우측 화살표를 x축, 아랫쪽 화살표를 y축으로 삼고 격자 한칸의 길이는 0.2m 즉 20cm로 보면 세 점이 찍히는 지점이 바로 팩다운 지점(B, C점)이 됩니다. 각각의 좌표를 아랫쪽에 표시했고 보시면 한눈에 들어올 겁니다.
이렇게 보면 대한사랑님의 팩다운 위치가 이론적 위치보다 각도가 약간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캠핑ABC와 이론값은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이론값인 45도 각도보다 더 좁아지거나 더 넓어지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날 것입니다. (아님 말구요.)
앞서 보여드린 캠핑ABC의 (나) 방법과 같이 통상적인 렉타타프 설치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각도가 45도보다 좁게 팩다운을 했을때는 메인스트링의 장력(T)에 대한 수직분력(Ty)이 커지고 수평분력(Tx)이 작아지기 때문에 지붕선(그림의 파란선)쪽으로 당기는 힘이 커져 지붕선이 덜 쳐지게 됩니다. 즉, 지붕선이 짱짱하게 쳐진다는 말이죠.
반대로 45도보다 넓게 팩다운 하면 수직분력(Ty)이 작아지고 수평분력(Tx)이 커지기 때문에 지붕선이 오뉴월 뭐 마냥 축 늘어지기 쉽다는 거죠. 즉, '자세'가 안나오게 되죠.
그렇다면 타프를 짱짱하게 치기 위해서는 45도보다 좁게하면 유리하다는게 결론일까요? 마냥 각도를 좁히면 유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각도를 좁힐경우 상대적으로 사이드 폴의 스트링(그림의 파란색 동그라미)이 안쪽으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로인해 사이드 폴의 스트링 장력(T)에 대한 수직분력(Ty)은 작아지고 수평분력(Tx)이 커져서 지붕의 'ㅅ'자 모양, 즉 메인폴 꼭대기에서 사이드폴 꼭대기까지 내려오는 지붕이 늘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반대로 각도를 넓힐경우 이 지붕은 상대적으로 짱짱하게 펴지겠죠. 우리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므로 결국 앞서 말씀드린 '중용의 각도' 45도를 고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거죠.
위에서 내드린 퀴즈에 대한 정답을 말씀드리면 (가) 방법 보다 대부분 (나) 방법이 옳다고 생각 하셨을텐데 타프의 모양만 보자면 (가) 방법으로 치되 메인폴 스트링의 각도를 45도보다 좁히는게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가) 방법은 메인폴 스트링의 각도를 좁히더라도 사이드폴 스트링의 각도(사이드 스트링의 장력)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사이드폴 스트링의 팩다운 위치에 대해 설명드리자면 이건 아주 간단합니다. 역시 45 각도를 유지하는 거리는 이등변 직각삼각형의 꼭지점이 되므로 (가) 방법이 되었든, (나) 방법이 되었든 다 조립된 사이드폴을 세워지는 점으로부터 지면으로 눞혀 폴대의 끝이 닿는 점에 팩다운 하면 됩니다. 참 쉽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상과 현실이 다르듯 이론과 실제에는 괴리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죠. 요즘 신설되는 캠핑장은 사이트 면적도 넓어서 장비 설치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곳도 많지만 대부분 렉타타프와 텐트를 치기엔, 더구나 사람들이 몰리는 여름철로 다가올수록 난민촌에 가까워지는 캠핑장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앞서 설명드린 방법은 다 무용지물이 됩니다. ㅠㅠ 그냥 캠핑장 구획에 맞춰 설치하는게 甲입니다.
결론은 이러한 분석은 뻘글 내지는 망글이었다는거죠. ㅋㅋ